등록 : 2006.05.28 16:49
수정 : 2006.05.29 14:20
빗살무늬토기는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그릇입니다.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은 수많은 의문과 질문을 던져주면서 추론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마치 수수께끼를 풀 듯, 유물들은 사유의 여행을 안내합니다.
신석기사람들은 왜 끝이 뾰쪽한 토기를 만들었을까? 토기의 빛깔은 어떤 비밀을 알려줄까? 토기에 왜 하필 빗살무늬를 넣었을까? 그릇을 만들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여러 가지 지적인 의문,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사고력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들을 풀어가는 사고과정은 바로 추론입니다. 모든 역사적 유물은 사고력, 추론능력을 키우는데 아주 중요한 텍스트가 됩니다.
빗살무늬토기는 무엇인가를 담는 그릇입니다. 아마도 매우 중요한 것을 담았을 것입니다. 그릇을 만들기 전에는 먹을 것을 어디에 담았을까요? 그들은 왜 그릇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을까요? 먹을 것을 담아서 보관하고 옮기지 못했던 삶을 오랫동안 살았을 것입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니 담거나 옮길만한 식량이 없었겠지요. 생산력이 높아져 먹을 것을 남겨놓거나 옮겨야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이 필요가 바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꼭 풀어야할 숙제가 생긴 것이지요. 신석기인들은 연구를 시작했고, 빗살무늬토기는 문제해결 능력의 결과물입니다. 그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불의 온도를 700도까지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드디어 창의적인 빗살무늬토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력은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모든 도구들은 그 시대 사람들이 풀어야만 했던 문제를 발견하게 하고 그 문제해결 능력을 배우게 합니다.
그릇은 무엇인가를 담는 도구입니다. 자신들이 어렵게 만든 빗살무늬토기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곡식이 가득 담겨 있는 것만 보아도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릇은 희망과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릇의 원조는 우리들의 몸입니다. 우리들의 배속이 바로 그릇입니다. 비움과 채움이 반복되는 것은 모두 그릇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가장 많이 있는 것이 바로 그릇입니다. 사고력이 높은 아이는 궁금해 합니다. 왜 박물관에 가장 많은 유물이 그릇일까? 그리고 수많은 그릇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든 그릇들은 그것을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릇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 먹을 것을 자라나게 하는 ‘흙’과 프로메테우스가 신으로부터 훔쳐서 인간에게 선물한 ‘불’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빗살무늬토기는 신석기인들의 뛰어난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만년을 뛰어넘어 전해줍니다.
그릇은 무엇인가를 담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머리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눈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컴퓨터는 정보를 저장합니다. 책은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알아낸 지혜와 지식을 담아 나에게 전해줍니다. 나는 맛있게 그 책 속에서 생각을 꺼내 먹습니다. 그러므로 종이는 그릇입니다. 종이는 공기, 바람, 나무들, 수많은 생각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담고, 옮기고, 다시 꺼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그릇’입니다. 이러한 사고는 이 세계의 사물과 현상 속에서 ‘공통점’, ‘유사성’을 발견하는 사고력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사고능력은 바로 멋있는 ‘비유능력’을 갖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릇입니다.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모든 그릇은 비어있을 때 채움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큰 그릇이 보다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사고의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사고의 그릇, 사고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차오름/지혜의숲사고력교육연구원 원장, <엄마가 키워주는 초등 사고력> 저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