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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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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한 곳으로 일제히 몰려 갔다. 무슨 일이 난 것은 아닐까? 나도 교무실을 빠져나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 온갖 물건들이 놓여 있고 이미 수많은 아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행사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쉬는 시간 10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물건을 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옷, 신발, 장신구, 참고서, 문제집. 다양한 물건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뭐니뭐니해도 문제집, 참고서 코너였다. 기껏해야 천원, 이천원이면 한권을 장만하게 되니 평소 갖고 싶었던 문제집을 잔뜩 쌓아놓고는 즐거운 표정이다. 그런데 어디서 구했는지 수많은 아이들이 일제히 휩쓸고 지나갔지만 그래도 많은 분량의 참고서와 문제집이 있다. "3월달부터 준비를 했어요." 학기 말에는 다 보지 못한 깨끗한 상태로 버려지는 문제집과 참고서가 상당히 많다. 또한 학기 초에는 수많은 참고서와 문제집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많다. 이를 모두 모아 창고에 둔다. 그리고 학생들과 교사에게 기증받은 물건을 가지런하게 정리하여 오늘 내어 놓은 것이다. "이 행사는 올해 처음 하는 거니?" "아니요. 우리 선배들부터 계속해 오는 것이죠. 오랜 전통입니다. 저희들은 교복도 저희들이 전부 모아서 이런 식으로 교환해 주고 있어요." 학생회 부회장과 2학년 임원들이 중심이 되어 모든 일을 기획하고 준비, 그리고 이렇게 행사를 치러낸다고 했다. "골라, 골라" 적극적이면서 책임감이 강한 연지가 어느새 손뼉을 치며 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연지가 맡은 코너는 의류였다. 기증받은 옷을 깨끗하게 정리해서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어놓으니 그런대로 모양이 났다. "많이 팔았니?"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예쁘지만 그리 생각보다는 많이 나가지 않았나 보다. "예상보다는 적게 팔렸어요." 하지만 곧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사진 예쁘게 찍어 주셔야 해요." 라고 말한다. 이 행사는 교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어, 그런데 거스름돈이 없네요. 어떻게 하죠?" 애교를 섞어 말하는 아이들에게 거스름돈을 꼭달라고 말하는 교사는 없었다. 아이들의 수완이 보통이 아니라며 웃고는 즐겁게 행사에 동참한다. "무얼 드릴까요?" 평소에는 같은 반 급우이지만 지금은 고객이다. 미소와 존대말로 물어본다. 행사 진행에 바쁜 부회장을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래,이익금은 무얼 할거니?" "전액 불우이웃 돕기에 쓸거예요. 우리의 오랜 전통이거든요.우리 선배들이 그래왔고, 또 후배들이 그렇게 하겠죠." "피곤하진 않니?" "아뇨. 몸이 약간 피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나요." "정말 우리 아이들 대단하죠? 교내 체육대회, 축제, 이런 행사 등은 모두 자기들이 준비하고 진행을 해요. 그래서 이런 행사가 있으면 선배들도 와서 격려를 하죠." 옆에 계시던 교감선생님이 덧붙여 설명을 해 주신다. 지난 체육대회 때에 똑같은 옷은 입은 아이들이 학생들을 안내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누군가가 시켜서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자기들 스스로 준비하고 모든 행사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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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바자회 풍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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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바자회 풍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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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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