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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4 16:29 수정 : 2006.06.05 17:14

니가 어때서 그카노

<니가 어때서 그카노>는 근래 보기 드문 최루성 동화다. 읽는 중간중간 눈시울을 적시고 다 읽고 나면 가슴 속에 뭉클한 뭔가가 잡힌다. 겉으로 드러나는 눈물의 이유는 불쌍함과 애처로움이다. 서울 최고 대학을 나온 아빠가 사업에 망하자 어쩔 수 없이 시골 작은집에 와서 살아야 하는 기철이나, 날마다 술주정을 부리고 결국은 집에 불까지 내고 감방에 간 아빠를 두고 속앓이를 하는 경식이를 보면 절로 가엾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감동을 자아내는 속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단순한 불쌍함이 아니다. 오히려 부족한 여건,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넉넉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대견함이 고마울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다. 주인공 송연의 언니 서연이 집안이 난장판인 상황에서도 공부를 하겠다며 안동으로 가면서 “나중에 잘 돼서 엄마, 아빠한테 잘하고 싶다”는 아이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언니를 이해하고 몇년간 모은 비상금 5만5천원을 선뜻 내놓는 송연은 또한 어떻고.

빚쟁이를 피해 엄마, 아빠가 집을 나간 뒤 작은집에 살게 된 기철이의 성숙한 모습 또한 꼬집어주고 싶을만큼 대견스럽다. 아빠가 자수한 뒤 교도소에 가자 자신을 데리고 미국에 가서 살자고 하는 엄마의 제안을 거절하는 아이를 어른들 가운데 과연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 데서나 휴대폰으로 텔레비전을 볼 정도로 세상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더불어 아이들의 놀이도 문화도 사고방식도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여유 시간이 없다. 학원 뺑뺑이, 계속되는 시험, 바늘구멍 뚫기같은 대입 준비…. ‘경쟁’과 ‘실력’만이 추구할 가치가 된다. 부모와 사회가 일방적으로 주입한 결과다.

과연 이 아이들이 커서 성공을 할까? 모두 잘 살게 될까? 근심걱정 없이 행복할까? 고개가 선뜻 끄덕여지지 않는다. 아이들마다 자신의 색깔을 갖고 있는데 그 색깔들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도화지에 표현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잘 추스려가는 힘이 있다. 부족한 건 많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 즉, 나머지 공부를 할지언정 부모와 친구를 아끼는 마음이 누구보다 많은 송연이, 작은집에 살지만 당차고 똑똑한 기철이, 술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자기 몫은 똑부러지게 잘 해내는 정식이의 거울을 통해 아무런 부족함 없이 오로지 공부라는 목표를 위해 살게 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비춰봐야 하지 않을까?


잘 살든 못살든, 성적이 좋든 안좋든, 꿈이 있든 없든, 그 자체만으로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 많은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 남찬숙 글, 이혜란 그림. 사계절/78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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