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6.04 16:49 수정 : 2006.06.05 17:17

내가 더 큰 ‘도움’ 받았던 봉사활동

작년 여름방학, 대학에 갈 때 봉사활동 소감문을 쓴다는 소리를 듣고 지금까지 해 온 봉사활동들을 떠올려 보았다. ‘도서관에서 책 정리하기, 동사무소에서의 걸레질, 복지회관에서의 청소….’ 물론 봉사활동이 큰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봉사활동 경험은 보람은 커녕 그 동안 들인 시간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광주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에 가 보니 ‘아이 가르치기’ 라는 봉사활동을 찾을 수 있었다. (중략)

00 육아원. 원장선생님께서 아이를 배정해 주겠다고 사무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많이 남지도 않은 시간을 이런 곳에서 보내야 하는지, 그냥 몇 시간 일하면 알아서 시간을 퍼주는 곳도 많은데 잘 한 일인지, 잘 결정했다는 생각보다는 후회가 더 밀려왔다. 그 사이 원장선생님이 아이를 데려왔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흙이 묻어 있는 옷, 안경은 60~70년대나 볼 수 있었던 달라붙는 큰 렌즈, 그리고 한 쪽 눈에는 ‘궁예’를 연상케 하는 안대. 거기에 애가 좀 부잡하고 말도 잘 안 들었다. ‘약간의 정신 지체가 있으나 착하다’는 원장 선생님의 친절한 한마디가 떠올랐지만, 귀엽고 말 잘 듣는 애를 잘 가르쳐 보자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 모습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다음 날, 아이는 날 기다리고 있었고 원장선생님께서는 곱셈을 가르치라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이 곱셈이라니.’ 게다가 첫날엔 잘 몰랐지만 한 쪽 눈에 붙인 안대와 큰 렌즈는 혐오감을 주었으며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이런 것들 때문에 내가 봐도 좀 성의 없고 무뚝뚝하게 가르쳤다. 가끔씩 무시하기도 하고 짜증도 냈다. 그 아이도 하고 싶어 하는 의욕도 보이지 않고, 산만하며, 가르쳐준 것도 잘 따라오지 못했다. 그러니 답답하고 짜증이 날 수 밖에…. 그렇게 이틀을 보냈다.

그 다음 날도 그 아이는 여전히 가르쳐준 것을 또 틀려서 내가 짜증을 부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 애가 울면서 나가 버렸다. 당황한 나는 쫓아가서 겨우 달래어 데려왔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 보았다. 처음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내가 더 화가 났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의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말도 안 듣고 태도도 불량하고 내가 바란 만큼 귀엽지도 않아서 처음부터 불만을 품고 있었다. ‘내가 봉사활동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서도 신청한 이유는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선택하지 않았는가? 직접 남을 돕고 싶어서 자진해서 신청한 일을 불만을 갖고 했다니….’ 나에게 큰 실망을 했다. 그리고 처음에 가졌던 마음가짐을 상기했다. ‘내일부터는 잘 해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도 했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내 태도에서 문제가 있었다. 처음부터 불만을 갖고 임했으니 아이도 불만이 생겼을 터. 아이에게 애정을 갖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업준비도 미흡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많은 준비를 하고 오시는데, 단지 쉬운 곱셈을 가르친다고 쉽게 생각해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가서 교육용 사이트도 들어가 보고 수업자료도 찾아보았다.

다음 날, 과자 하나를 손에 들고 그곳을 찾아갔다. 역시 애는 애다. 며칠 갈 줄 알았지만 과자 하나에 삐쳤던 것이 금방 사라졌다. 수업은 20~30분하고 10분 쉬고 하는 방식으로 3시간 동안 반복했다. 그 애는 화나 짜증도 부리지 않고 참았으며, 잘 웃지 않는 나도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 가르쳤다. 신봉룡/광주고 3학년



[평] 부끄러움 드러내는 솔직함과 진지한 성찰 빛나

대학입시에서 봉사활동 실적을 도입하자, 많은 학생들은 여러 모로 힘들어 한다.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활동을 하고 오거나, 심한 경우에는 부모님이 대신 발급받아온 위조 봉사활동을 제출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학생의 글처럼 봉사활동을 제대로 하면 많은 깨달음과 보람을 얻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자신이 부끄럽게 느낀 일화까지 공개하는 솔직함과 진지한 성찰의 경험이 담겨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박안수/광주국어교사모임 회장. 광주고 교사. ansu2000@hanmail.net.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