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4 16:58
수정 : 2006.06.05 17:18
내 안에 ‘양파’ 있다-안도현의 <짜장면>을 읽고
이 작품은 짜장면이라는 음식으로 한 소년의 사춘기를 표현한 동화다. 어른이 읽는 동화라고 하지만 소설로 봐도 좋을 것 같은데 내용은 아버지의 이중적인 모습이 싫어 집을 나간 열일곱 살 소년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도 사춘기에 접어든 한 소년이다. 이 소년처럼 집을 나가보고 싶을 때도 있었고 누굴 좋아 한 때도 있었다. 집을 나가보고 싶었을 때는, 내가 노력을 하였는데 그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때와 내 자신이 너무 힘들고 나약하다고 생각될 때였다. 그런데 이 작품의 소년은 겨우 이 세상에서 책임을 지고 싶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나간다고 했는데 그러한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다. 학업성적도 좋으며 뼈대 있는 가문인데 무슨 근심과 걱정이 있단 말인가? 아버지로 대표되는 어른들의 세계가 싫다는 그 소년의 고민은 내겐 견딜만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책임을 지는 것 즉, 내가 어른처럼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으며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도 큰 일인가? 나는 이러한 이유로 나가보고 싶은 날이 있었을까? 나는 ‘이 세상에 책임을 지고 싶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초등학교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들이 가끔씩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학업성적을 생각하면 회상하고 있던 것들이 하늘로 날아가 버리게 된다. 나 또한 작품 속 주인공처럼 짜릿하고 화끈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오토바이에 여자를 태워 과속을 하며 고속도로를 누벼보고도 싶고, 친구끼리 모여 대폭주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소위 ‘날날이’처럼 학교 교칙에 어긋나는 빨강, 노랑, 파랑 온갖 색으로 내 머리를 지지기도 하고 볶아 보고도 싶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또는 여자 애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로 말이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작품 속에서 표현된 것처럼 한 시기의 ‘양파’에 불과할 것 같다. 물론 이것들은 이 세상에서 책임을 지고 싶은 것들의 전부가 아니다.
진정한 양파는 가슴 속에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존재로 나의 순수한 마음이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장래 희망이나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서 아무 것도 쳐다보지 않고 나아가기만 해 그 양파 냄새도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양파가 짜장면 속에 들어가 맛있는 짜장면으로 만들어지듯, 답답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야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나만의 양파 냄새는 내가 키우며 간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흥식/화성 삼괴중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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