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4 18:29
수정 : 2006.06.05 17:21
논리로 배우는 수학
며칠 뒤면 ‘2006 독일 월드컵’이 휘슬을 울린다. 꿈만 같았던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월드컵은 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장하면 월드컵은 온통 수학으로 가득 차 있다.
4년마다 열리는 것은 올림픽도 있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해는 4의 배수가 되는 해이다. 마찬가지로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올림픽을 피해서 4로 나눈 나머지가 2가 되는 해마다 열리게 된다. 그러므로 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공통점은 짝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사용되는 축구공 ‘팀가이스트’는 12조각을 붙여서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그 기본 구조는 과거의 축구공과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축구공은 표면에 있는 총 32개의 구획이 있다. 하얀색으로 된 정육각형 20개와 검은색으로 된 정오각형 12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 3등분하여 꼭지점 12개를 잘라낸 것이므로 정육각형은 정삼각형 20개가 잘라져서 만들어진 것이며, 정오각형은 꼭지점에 모인 5개의 삼각형이 잘라져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 이상이 없다.
우리나라가 4강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서 16강 진출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가 속한 G조의 상대는 ‘아프리카의 복병’ 토고, ‘유럽의 꽃’ 프랑스, ‘신흥 강호’ 스위스이다. 어느 한 팀도 만만한 상대는 없다.
월드컵 본선은 총 32개 팀이 참가를 한다. 본선에서 열리는 경기의 총수는 얼마일까? 32개 팀은 4개 팀씩 8개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전을 치른다. 리그전이란 한 팀이 그 조에 속한 모든 팀과 한 번씩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이 경기의 수는 많지 않으므로 다음과 같이 직접 세면 6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나열하는 경우는 팀이 많아지면 곤란하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규칙을 찾아보자. 한 팀마다 경기는 3번씩 한다. 그러므로 4팀은 총 12번의 경기를 하는 것처럼 계산되지만 실제로는 6번의 경기가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한 경기를 두 번씩 세었기 때문에 12를 2로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8개 조 각각 6경기씩의 조별 리그전이 열리므로 총 48경기가 된다.
이제 각 조 상위 2개 팀씩이 모여서 치러지는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린다. 토너먼트 형식이란 매 경기마다 지는 팀은 곧바로 탈락하는 방식이다. 토너먼트 경기의 수를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아이디어는 우승팀을 제외한 각 팀이 이기는 수는 달라도 지는 수는 오직 한 번이라는 생각에서 찾을 수 있다. 즉, 16강전에서 져서 탈락을 하든가 아니면 8강전에서 져서 탈락을 하든가에 관계없이 우승팀이 아닌 팀은 반드시 한 번씩만 지게 되어 있으므로 총 15경기가 열린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그런데 월드컵은 3,4위전이 더 있으므로 16경기가 되어서 조별 리그전 48경기가 합하면 이번 월드컵의 대장정에서 열리는 경기의 총수는 64가 된다.
이제 궁금한 것은 과연 한국이 16강에 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둬야 하는가이다. 전적별로 16강 진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자. 다음은 조1위가 아닌 조2위로 올라가는 것을 중심으로 생각해본 경우의 수이다.
(1) 조1위가 3승(승점 9)을 하면, 우리나라는 3승을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최고 2승1패(6점)에서부터 최하 2무1패(2점)로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안 될 것 같지만 최하 2점으로도 16강에 오를 수 있으며 이 경우 네 팀의 전적은 다음과 같다. 즉 1위 팀에게 모두가 지고, 나머지 세 팀은 서로 비기는 것이다. 이 경우는 골 득실을 계산하여 세 팀 중 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도 16강에 오르는 행운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경우이다.(○는 승, △는 무승부, ×는 패를 나타낸다)
○○○-△△×-△△×-△△×
(2) 1위가 2승1무(7점)를 하면 2위는 최고 2승1무(7점)에서부터 최하 3무(3점)으로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최하인 경우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3) 1위가 2승1패(6점)를 하면 2위는 최고 2승1패(6점)에서부터 최하 1승1무1패(4점)를 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위 (2)와 같이 3무(3점)가 나오지 않는 경우는 1위 팀에 무승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위의 최하점은 4점이 되어야 한다.
(4) 1위가 1승2무(5점)을 하면 2위는 최고 1승2무(5점)에서부터 최하 3무(3점)으로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이 경우에 3무(3점)가 가능한 것은 1위 팀에도 무승부가 있기 때문이며, 그 경우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이 꼴찌 팀만 1위 팀에게 지고 나머지 경기는 모두 승부가 나지 않은 경우이다.
○△△-△△△-△△△-△△×
(5) 1위가 1승1무1패(4점)인 경우도 가능하다. 이 경우는 총 2가지가 존재하며, 우리나라는 1위와 같이 1승1무1패(4점)를 하면서 골 득실을 따져야 한다.
○△×-○△×-○△×-○△×, ○△×-○△×-○△×-△△△
(6) 조별 리그전 6경기가 모두 무승부인 경우에는 모든 팀의 승점이 3으로 동률을 이루므로 골 득실은 같을 것이고 이런 경우 다득점 원칙으로 순위를 가리게 된다.
최수일/서울 용산고 교사
choisil@mathlo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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