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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개성 찾도록 마당 깔아줘야
학원보다는 적절한 공부방법 필요해
자녀교육에 만능비결은 없다
세계 3대 피아니스트, 동양인 최초 하버드대 건축과 교수, 성원제강그룹 부회장, 성원교역 대표, 마이애미대학원 박사. 다섯 자녀 모두 이렇게 키웠다면 주변에서 부러움 사기에 충분하다. 이소윤(67)씨의 ‘자식농사 성적표’다.
‘성공한 어머니’로 주변에서 비결을 묻는 이가 받지만, 이씨는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아이 하나 하나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맞는 교육법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 자세에서 부모가 유념해야 할 점은 있다고 귀띔했다.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로 그는 “아이가 각자 개성을 살려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열린 마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부모가 욕심을 부리면 아이를 망쳐요. 부모가 마당을 깔아주면 아이는 길을 찾는 거죠. 둘째 혜림(44)이는 어렸을 때부터 성악, 플루트, 피아노, 미술 등 다방면에 재주가 많았지만 재촉하지 않았어요. 뒤늦게 대학에 가서 건축 쪽으로 분야를 정했지만 당당히 하버드대 건축과 교수가 될 정도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죠.”
자신의 개성을 찾도록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씨는 다양한 학습과 체험 기회의 제공을 제안했다. 이것저것 편식하지 않고 먹어야 건강한 것처럼 인생의 여러 측면을 다양하게 맛보고 즐기는 가운데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를 학원에 보내야 공부 잘 할 걸로 오해한다. 이씨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게 무작정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가령 영어를 전공한 친구에게 보내 영어를 배우게 할 수도 있고, 수학교사인 삼촌한테 수학 과외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씨의 경우 앞집에 사는 서울대 선배한테 부탁해 자식들에게 영어와 일본어를 가르쳤다.
이씨는 자녀교육에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격려가 가장 좋은 약이지만, 엄격함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중간에 나태해질 수가 있죠. 그럴 때는 단호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실제로 네째 해봉(41)씨가 경영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잠깐 들어간 직장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는 아들을 반지하 단칸방에 보내 자취를 시켰다. 이후 해봉씨는 콜로라도대 경영대학원에 순조롭게 합격했다. 졸업 뒤에는 기업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그의 자녀교육 경험담을 묶은 책 〈코끼리가 연인이 될 때까지〉(청어)를 펴냈다. 이 책에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발굴하고, 가꾸고, 키워야 할 자신의 재능인 ‘코끼리’와 친해지는 방법 7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이씨는 미국 맨해튼칼리지에서 경영학, 캔사스대에서 음악치료를 전공했다. 6년째 현죽개발 대표이사로 맡아오면서 효민회, 에벤에셀여성합창단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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