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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7 16:11 수정 : 2006.06.07 16:11

나이가 든 한 교사가 젊은 교장에게 “교장 선생님, 오늘 판공비 한 번 쓰시지요?”라고 하자 젊은 교장은 “교장은 나이롱뽕 해서 딴 줄 아나?”라고 되물었다. 간단히 인용한 대화지만 이 짧은 대화를 통해서 교직사회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장은 나이롱뽕을 해서 따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롱뽕을 해서 따는 것 보다 별로 낫지 않은 방법으로 임용하고 있지 않을까? 차라리 어느 교육학자의 제언대로 일정한 능력과 수준을 갖춘 중견교사중에서 제비뽑기로 정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장은 교육지도자로서 교육에 대한 전문식견과 학교행정가로서 학교 경영 능력, 리더십 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현행 교원 승진제도로는 교육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이나 관리자로서 능력, 리더십을 갖춘 실력있는 교장을 임용할 수가 없다. 교육법에서는 학식과 덕망을 교육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보고 있지만 이 규정은 사립학교에서 자격증이 없는 교장을 임용하면서 그 임용을 정당화 하는 데 동원되는 문구 이상의 의미는 없다. 교원승진 규정에서 학식과 덕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 학식의 척도라면 학력이나 학위 등이겠지만 현행 승진규정에서는 석박사 학위가 60시간 직무 연수성적보다도 낮게 평가되고 있다. 그밖에 교원의 저술활동이나 연구 등에 관한 고려도 없다. 직무 연수에서도 도덕성이나 리더십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이와같은 최악의 승진제도가 수십년 동안 유지되어 온 것은 이해하기 힘든다. 그 동안 교단현장에서 교장 임용방법을 둘러싸고 불평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교단 현장의 목소리는 교원 개인의 처지에 따라 제논에 물대기식의 의견을 쏟아내다 보니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최악의 승진제도가 교직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교원정책개선 특별위원회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서 새로 만든 교장 공모제가 천천히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빠르면 내년부터 지역교육청별 2개교씩 전국적으로 200여개의 학교에서 시범 실시될 교장 공모제의 특징은 교장, 교감 자격증 폐지, 교감직 폐지, 부교장 신설, 대교사제 도입등이다.

교장, 교감 자격증 폐지를 두고 큰 논란이 예상되지만 자격증을 폐지하느냐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은 될 수 없다. 현재의 교장 자격증 제도가 교장의 능력을 보장할 수 없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교장 자격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선다면 자격증을 존치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교장 자격증은 보편 타당한 절대평가로 교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자라면 누구나 교장자격증을 주어 교장 공모에 응모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장 자격증의 폐지는 잘못된 승진규정에 따른 무능한 교장의 임용을 막고 유능한 교장을 발굴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능력있는 교장이 되어 교사와 학생, 지역사회를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고루 주기 위해서는 임기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승진 적체를 두고 일어나는 교단의 불협화음을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은 4년 임기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임을 금지해야 한다.

교장의 역할에 대한 검토 또한 필요하다. 교장이 교사와 학생, 심지어 학부모위에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교사와 학생을 부하로 생각하고 심지어 충성을 강요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교장은 심부름꾼으로 교사와 학생을 위해 봉사하도록 해야 한다.

교장의 구실이 이렇게 바뀐다면 지금처럼 서로 교장하겠다고 다투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교장 공모제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은 지난해 약 2%의 학교들이 6개월 이상 교장을 구하지 못했고 약 1%는 1년 이상 교장을 구하지 못해 교감이 교장 권한 대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교장이 격무로 내몰아 교장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처럼 교장은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으며 일은 하지 않고 대접을 잘 받는 직위로 인식되는 것은 문제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높은 자리에 앉기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다.

교장 공모제는 모든 교원이 교장하겠다고 다투는 교육계의 폐단을 바로 잡고 교육이 제 구실을 바로 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장 공모제는 우리 교육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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