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6.18 17:58 수정 : 2006.06.21 17:39

3년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

김다혜/부안 계화중학교 1학년

“으악! 지각이다. 엄마 학교 다녀 올께요.”오늘도 늦잠으로 인해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이것 계산해주세요.” 나는 먹는 김밥을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1900원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돈을 내고 지하철역을 향해 달렸다. 항상 그랬듯이 나는 집을 나서자마자, 그렇게 학교를 향해 달렸다. 매일 똑같은 학교 생활과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었다.

그날도 학원에 들러,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날이 저물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오니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엄마는 일을 나가셨고, 언니는 중학생이라 더 늦게 끝나는 학원 때문에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티비를 보며,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녀왔습니다.” 언니의 소리에 나는 밥상을 차리고, 언니랑 둘이서 밥을 먹었다. “언니, 오늘 학원에서 말이야…”언니와의 대화를 시작하며 먹는 밥은 그나마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밥을 먹고 나서 컴퓨터 하기, 티비 보기 등으로 시간을 채우고 12시쯤 잠을 잔다.

이렇게 지루한 일상으로 한 학기가 지나가고, 드디어 방학이 왔다. 시끄럽게 인사를 나누고 친구들과 헤어졌다.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집에는 어쩐 일인지 엄마가 계셨다. 엄마는 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말문을 여셨다. “다혜야, 이제 학원 안 다녀도 된다.” 나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해 다시 물어봤다. “응?” 그러자 엄마는 다시 말하셨다. “학원 이제 가지 말라고.” 그 소리를 듣자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진짜? 진짜지?”나는 재차 확인을 한 뒤 소리를 질렀다. “아싸!”


나는 그 때까지 내가 학원 다니는 걸 너무 힘들어해서 엄마가 그런 결정을 내린 줄 알았다. 하지만 개학이 다가올 때 쯤 엄마는 말씀하셨다. “다혜야, 다솜아 할말이 있다”나는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엄마의 얼굴이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솜아 너는 컸으니까 이해하겠지? 너희 이번 금요일에 시골로 내려가라.” 나는 그 말이 얼른 이해되지 않았지만, 언니와 엄마의 표정을 보고 심각하다고 느꼈다. 언니의 설명을 듣고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나와 언니가 시골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편찮으시기 때문이란다.

결국 우리는 시골로 내려왔다. 엄마는 3년만 잘 참고 살다가 오라고 하셨다. 내려오면서 나는 작정했다. ‘내 긴 인생에 있어서 시골에서의 3년간은 짧은 여행이라 생각하자고. 중학교 3년을 정말 열심히 잘 살자고’ 이렇게 나의 길고도 짧은 여행은 시작 되었고 나는 지금 이 여행을 만끽하고 있다. 이곳의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고 공부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이쁨을 받으면서.


<평>

삶의 속내 솔직하게 풀어내

시골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삶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삶이 애틋하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글을 쓰게 하나 제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엔 아직 어린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써봄으로써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이해하고 조절하면서 자신을 키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한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고 내보이고 싶지 않은 삶의 속내를 솔직하게 써내려 간 것이 대견하다.

박인춘/전북 부안 국어교사 모임. 계화중학교 교사. namepart@hanmail.net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