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3이 모두 액체가 기체 상태로 변하면서 에너지를 흡수 하기 때문에 주위의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이다. 그리고 사례4는 이글루에 뿌린 물이 에너지가 낮은 고체로 상태변화하면서 열을 주위로 내놓은 현상이다. 그러므로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물질의 상태는 그 물질이 가진 열에너지의 상대적인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을 서론에 제시해주면 문제에 주어진 사례들을 설명하기 편해진다. 위 학생 작품에서도 그런 의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열에너지를 가함으로써’ 물질의 상태가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것이 ‘기본 원리’라는 다소 지나친 표현을 사용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이 아닐 것도 같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같은 질량의 물질은 고체보다는 액체가, 액체보다는 기체가 열에너지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열에너지를 증가시킨다고 해서 항상 상태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온도만 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를 범하게 되는 이유는 문제에 주어진 제시문 4가지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제시문만을 선택하여 설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엉성한 언어를 선택하여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서론은 글의 시작으로 독자로 하여금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 학생작품처럼 ‘가감’이라는 표현은 증가 또는 감소라는 뜻이지만 글을 읽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이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자를 이용한 축약적인 표현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하여야 한다. 사례1은 액체가 기화할 때, 에너지의 흡수로 인한 몸이 차가워지는 현상이다. 사례2는 사례1과 같은 기화 시의 열에너지 흡수를 말한 것이며, 사례3도 같은 원리이다. 사례4는 물체의 응고로 인한 에너지의 방출에 의한 열 상승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제시된 4개의 사례와 제시문에 의하여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열에너지와 비례하며 일정량의 열을 가하면 물질의 상태가 변화하고 상태에 따라 물질의 원자배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글은 서론에서 제시한 물질의 상태변화에 영향 주는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문제에 주어진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례에 대한 설명은 위 학생의 글처럼 서론 다음에 바로 나오게 되면 사례를 설명하는 데 공간을 내주어야 하고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아직 충분히 제시하지도 않은 공통논리를 이용하여 설명하게 된다. 그래서 글을 읽는 독자를 설득시키는데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선 사례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서론 뒤에 제시한 뒤 문제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논리를 이해시키는 순서가 권장할만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글을 서술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여기서 제시하는 것은 하나의 예라는 것을 잊지 말자. 위 학생이 제시한 글의 순서를 따라가더라도 독자를 충분히 설득할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시각으로 글을 읽고 써보는 훈련을 통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실로 인하여 제시문5의 ‘음펨바 현상’을 설명해보자면, 우선 온도가 높은 물은 증발이 쉽다는 점이 현상의 중요 조건이다. 뜨거운 물이 증발되어 물의 질량이 줄어듦으로서 온도가 더 쉽게 저하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미지근한 물은 온도가 낮아 증발이 잘 안 되므로, 온도 저하가 작은 것이다. 이 현상은 온도차가 커야 가능한 실험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도차를 증발 개수가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보통 이 현상은 일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혼합물이거나 비열이 작으면 일어나기 어렵다. 증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완벽한 해답은 어렵다. 글의 본론이면서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위에서 문제에 주어진 사례를 설명하다가 이 글에서 가장 중점을 주어야 할 공통 논리에 대한 ‘주장’이 빠져 버리게 되어 제시문5를 설명할 근거가 애매해져 버렸다. 그리고 논술문을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어진 사례를 설명하기 위한 정보는 매우 기본적인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주어진 제시문의 정보를 이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 학생의 글에는 제시문에서 제시되지 않은 용어와 개념이 등장한다. 사례5를 설명하기 위해 문제에 주어진 제시문을 다 이용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시문에 없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하여 설명하는 것은 설사 그 설명이 옳더라도 앞으로의 과학논술의 경향으로 보아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아무리 쉬운 개념이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는 글로 남을 설득할 때는 과학적 오개념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주어진 제시문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교과서에 제시된 사실, 법칙, 개념 등을 꼼꼼히 읽으면서 평상시에 남에게 설명해보는 훈련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최원호/서울 중동고 화학 교사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