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8 21:22
수정 : 2006.06.21 18:48
생각키우기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문학동네 펴냄)라는 그림동화책이 있습니다. 동네 과일가게에 놓여있는 빨간 사과 하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새로운 사과로 태어납니다. 회사원이 보는 사과, 농부들이 보는 사과, 화가가 느끼는 사과, 과일 가게 주인이 생각하는 사과, 마음씨 좋은 의사 선생님이 보는 사과, 작곡가 아가씨가 발견한 사과, 수학선생님이 떠올리는 사과, 몸이 아픈 사람이 본 사과, 경찰관 아저씨가 관찰하는 사과, 목수 아저씨가 생각하는 사과, 아이들이 느끼는 사과, 소풍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사과 등 사과는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 다른 의미로 만나는 것입니다.
직업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사과는 여러 가지 모습과 느낌으로 달라집니다. 이렇듯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 것에 대해 책 속의 사과는 “홍홍홍. 사람들은 나를 보고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해. 그러니까 백 명이 나를 보면, 나는 백 개의 사과가 되는 거야. 홍홍홍. 그래서 난 한 개이지만 백 개인 사과야.”라고 생각합니다.
사과는 역사 속에서 문학이나 예술, 그리고 과학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먹고 선악을 구분하게 되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브의 사과는 ‘사유의 사과’, ‘이성의 사과’, ‘깨달음의 사과’입니다.
뉴턴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뉴턴의 사과’는 법칙을 발견하는 사과입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모두 ‘뉴턴의 사과’를 맛보았을 것입니다.
백설 공주는 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져 듭니다. 백설 공주의 사과는 ‘유혹의 사과’입니다. 결국 백설 공주는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독이 든 사과를 먹고야 말았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는 스피노자의 사과는 ‘희망의 사과’입니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파리스의 황금사과는 모든 ‘성취의 사과’입니다. 비너스(아프로디테)의 사과는 ‘사랑과 정열의 사과’를 상징합니다.
|
생각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질문
사과나무에는 왜 사과가 열릴까요?
태양은 과연 동쪽에서 뜨는 것일까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
|
만약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 기쁜 표정으로 ‘엄마, 오늘 뉴턴의 사과를 만났어!’라고 말한다면 너무나 기쁠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엄마, 백설 공주의 사과를 먹어도 될까?’라고 묻는다면 과연 먹으라고 해야 할까요? 또한 아이가 엄마에게 다가와 ‘엄마는 나에게 스피노자의 사과야’라고 말한다면 너무나 행복할 것입니다. 이렇듯 ‘사과’가 문학 속에서, 예술 속에서 수많은 상징으로 표현되어왔으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비유의 보물창고로 쓰입니다.
사고력은 어떤 사물과 현상에 대해 ‘천개의 눈’을 갖는 것입니다. 똑같은 사물과 현상도 관점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철학자의 눈, 수학자의 눈, 문학과 예술가의 눈, 과학자의 눈, 그리고 기술자의 눈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양으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천개의 눈’을 가질 수 있을까요? 당연하거나 익숙해지면 단 한번밖에 만날 수 없습니다. 똑같은 것이라도 어제 만났던 모습과 오늘 만난 모습이 다릅니다. ‘천개의 눈’을 갖는 비결은 바로 이 세상을 ‘낯설게 만나기’입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 가장 익숙한 모습인 엄마, 항상 설레며 신비로운 만남, 호기심과 놀라움, 감동이 있는 만남을 선물해 보세요.
차오름/지혜의숲사고력연구원 원장, <엄마가 키워주는 굿모닝 초등 사고력> 저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