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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15:24 수정 : 2005.02.24 15:24

`성적조작 학생' 전원 명문대등 진학


경찰 수사 결과 전모가 드러난 서울 금천구 문일고의 내신조작 사건이 수능 부정 사건과 현직 교사의 검찰 자녀 답안조작 사건 등에이어 또 한 차례 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문일고의 내신조작 백태는 한마디로 `비리 복마전'이라 할 만하다.

일선 사립고의 내신조작 비리 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남에 따라 향후 교육 당국의내신 관리 체계에 일대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교장까지 가세..돈만 주면 성적 향상(?) = 내신성적 조작을 대가로 교장을포함한 교사 등과 학부모 간에 수십차례에 걸쳐 모두 1천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이 오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성적 조작에는 답안지 바꿔치기는 물론 사전 시험지.답안지 유출 등의 방법이동원됐고 교장은 물론 교무부장 등 교사 4명이 가담했다.

전 교장 김모(55.수배)씨는 당시 학부모회 부회장인 A(45.여.주부.불구속입건)씨로부터 현금과 양주, 도자기 등 14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전 교무부장 김모(48.무직.구속)씨와 정모(42.구속) 교사를 불렀다.

김 전 교장은 이들에게 A씨의 아들 K(19.당시 고2)군의 성적을 조작할 것을 지시하며 사직과 성적조작 중 택일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 전 교무부장과 정 교사는 이에 따라 K군을 빈 교실로 불러 빈 답안지에 정답을 적게 한 뒤 시험감독 교사의 서명을 위조해 원 답안지와 `바꿔치기'하거나 아예정답을 사전에 유출해 시험을 보도록 했다.

김 전 교무부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 등 학부모 3명에게 별도로 635만여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뒤 E(19.당시 고2)군 등 3명에게 4차례에 걸쳐 영어.사회 과목 시험 출제원안과 정답지를 복사해 유출시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성적조작을 의심한 당시 영어 교사가 일부러 애초 작성했던 시험지와다른 문제를 출제했을 때 이들 3명만 똑같은 `오답'을 적어내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사과정에선 또 "내신만으로도 대학 입시(수시)가 가능해 교사들의 노골적인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는 진술이 나왔으며 경찰은 2002년 실제 교사 2명과 학부모 2명 사이에이런 일이 있었음을 확인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 표창장도 돈으로 = 당시 교감 김모(59.불구속입건)씨 등 전.현직 교감 3명은역시 A씨로부터 아들 K군의 내신성적 관리를 위해 표창을 받게 해줄 것과 학급 배정을 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등 285만여원 상당을 받았다.

K군은 이 대가로 바르게살기운동본부중앙협의회 회장이 주는 효행 표창장, 성균관장이 주는 효행 표창장, 서울시의회 의장이 주는 모범학생 표창장 등 표창장 3개를 받았으며 결국 K군은 이들 표창 3개를 포함, 졸업 때까지 모두 7개의 표창을 받았다.

◆ 성적조작 학생 전원 `대학 진학' = 경찰이 수사에서 밝혀낸 성적 조작 연루학생은 모두 7명. 이들 중 5명은 학부모가 개입해 직접 교사가 답안지를 바꿔치기하거나 시험지와답안지를 사전에 건네받은 경우이고 나머지 둘은 이렇게 유출된 시험지를 간접적으로 입수한 경우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 특히 이들 중 이번 경찰 수사에서성적 조작 사실이 새로 밝혀진 올해 졸업 예정자 2명은 각각 서울시내 소재 대학에입학이 예정돼 있다.

또 지난해, 혹은 2003년 졸업자들 역시 대학에 진학했거나 진학할 예정이어서교육당국이나 해당 대학이 이들에 대해 입학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내릴지 여부도주목된다.

다만 K과 E군 등은 당시 서울시 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이 같은 성적 조작 사실이 밝혀져 성적이 최하점 처리되는 등 일정 부분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그러나 학생들의 경우 원칙적으로 처벌돼야 하지만 능동적으로 나서지않은 데다 오히려 교사들에게 이용된 측면이 있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점 등을 감안,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 `뭐가 문제인가' =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 모두로부터 각종 학부모단체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일고의 경우 학부모회, 특기적성회, 반별 모임 등 모두 4개 학부모단체에 7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데 모두 교사 뒷바라지를 하는 단체로,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는 것. 또 내신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전형이 마련되거나 내신의 비중이 갈수록 강화되는 형편에서 `칼자루'를 쥔 교사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학부모들이 이를 외면할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극단적인 경우 학부모와 교사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다는 대목에선아연실색하게 된다.

한편 연루자들의 처벌과 관련, 경찰은 또 사립학교 교사의 경우 공무원이 아닌민간인 신분이라 사전에 청탁과 함께 금품.향응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 단순한 사례나 성의 표시로 금품을 받은 경우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고교의 성적관리 주체가 학교장으로 돼 있어 학교장이 성적 조작과관련된 경우 달아닌 김 전 교장처럼 자신의 업무에 대한 방해가 되기 때문에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는 법리적 맹점이 있었다며 성적관리 주체를 교육감, 또는교육부 장관으로 하는 법 정비가 요구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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