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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적비리 전방위 ‘불감증’
교육계 충격 일파 만파
교장부터…교감…장학사…출제교수까지 연루 대학과 고교에서 교직원이 연루된 성적·입시 비리가 잇따라 사실로 드러나면서, 교육계 전체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 교장부터 교사까지 연루=2001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 ㅁ고에서 이뤄진 학생 성적 조작은 일선 교사들은 물론 교장, 교감, 교무부장 등 관리직 교사까지 모두 7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수십 차례 금품을 건넨 학부모회 간부 3명과 시험지를 전달하는 ‘중간 다리’ 구실을 한 대학생 과외교사 1명 등 모두 11명이 조직적으로 성적 조작을 한 것으로 확인돼 단일 학교에서 이뤄진 성적 조작 비리로는 최대 규모다. 김아무개 전 교장은 2001년 5월 교장실에서 당시 학부모회 부회장이었던 ㄱ씨에게서 아들의 성적 관리를 부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모두 3차례에 걸쳐 현금과 양주 등 14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교무부장이었던 김아무개씨와 수학 교사 정아무개(42)씨에게 성적 조작을 지시했다. 이들은 ㄱ씨의 아들(19)에게 미리 빼돌린 수학 답안을 보여주고 백지 답안지에 베껴 쓰게 하는 방법으로 4차례에 걸쳐 답안지를 위조하고, 영어와 문학 시험 정답도 3차례나 미리 알려줬다. 김아무개(59)씨 등 이 학교 교감 3명도 ㄱ씨한테서 아들의 학생부 성적 관리를 위한 표창장을 받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5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받고 서울시의회 의장상 등 외부 기관 표창을 3차례나 받게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당시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인 학교장에게 자체 징계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성적이 조작된 학생 7명은 모두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진학 예정이다. 경찰은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은 수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부적절한 관계’로까지 발전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입학처장이 문제 출제=서강대 김아무개 전 입학처장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은 김 교수와 출제위원인 임아무개 교수와의 사전 공모는 물론, 입학처장인 김 교수가 아들이 시험을 치를 문제와 답을 직접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쪽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강대는 지난해 5월 입학처장 자녀가 수시 1학기에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입시 업무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규정상 자녀가 대학에 지원하면 해당 교직원은 입학 업무를 맡을 수 없는데도, 학교는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김 교수를 입학처장으로 연임시켰다. 당시 학교는 김 교수가 출제 장소에 들어가지 않고 입시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확약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 ㅇ예고 편입학 비리 확인=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4일 경기도 ㅇ예고 편입학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 학교 교장 등 학교 관계자 8명과 학부모 51명 등 모두 5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 학교 교장 최아무개(47)씨 등 8명은 2003년 4월 음악과로 전입해오려는 학생 김아무개군의 학부모한테서 2천만원을 받는 등 2001년 3월부터 2004년 7월까지 학부모 60명에게서 모두 4억1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또 학부모 51명은 자녀들의 전입학을 위해 부정한 청탁임을 알면서도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를 받고 있다. 내신 중심의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앞두고 교사들과 일부 학부모들이 연루된 고교 내신성적 조작사건은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내신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워놓고 있다.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고교와 대학에서 연이어 터진 이번 비리는 성적 관리와 입학 업무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것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며 “학교운영위원회를 강화해 성적 관리를 투명화하는 한편, 교육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정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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