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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2 17:29 수정 : 2006.06.22 17:29

북서울중 이문용 생활상담부장, “교문지도보단 아이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한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문지도 없앤 북서울중 이문용 생활상담부장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선 명찰을 달거나 옷맵시를 단정하게 하는 학생을 볼 수 있다. 또한 교문을 들어서면 오리걸음이나 운동장 달리기를 하는 학생도 볼 수 있다. 바로 교사의 교문지도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교문지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등교 직전에 두발과 용의복장에 신경을 쓴다. 행여나 교문지도 걸리면 벌점을 받거나 벌을 받는다.

하지만 교문지도를 포기한 학교가 있다. 바로 북서울중학교다. 북서울중은 지난 2002년 학생, 교사, 학부모가 교문지도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이후에 등교시간에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교문지도를 하지 않는다.

이 학교 이문용(46)생활상담부장을 만나 교문지도를 하지 않게 된 배경을 들어보았다.

이 부장은 “교문지도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라며 “통제를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은 교문지도를 하기 보단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다.

- 교문지도를 왜 없앴나?

“아이들을 통제한다고 해서 다 통제되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야 생활지도다. 지도라는 게 아이들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대부분 학교에서 교문지도에서 용의복장에 문제가 없는지, 명찰을 달았는지를 단속한다. 이것은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단정하라고 요구만 한다고 아이들이 단정해지는 게 아니다.

머리가 긴 학생이 교문지도에 걸리면 머리카락을 자른다. 그 순간엔 머리카락을 깎지만, 아이들의 불만은 쌓인다. 그 후에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 교사가 단속을 하다가 갑자기 애들에게 ‘진로, 인생’을 가지고 물어보면 학생이 대답을 할 수 있겠나. 지도는 통제가 아니라 진솔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다.“

- 교사나 학부모의 반응 때문에 교문지도를 없애기까지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교문지도를 없앨 당시에 많은 교사들이 ‘교문지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대를 했지만, 일부 교사들은 ‘올바른 생활의 기준을 학교에서 제시해 주어야한다, 학생들을 돌보는 것은 학부모로부터 위임받은 학교의 책임이다’라며 교문지도를 계속해야한고 주장했다. 특히 나이가 많은 선생님일수록 예전의 학교 분위기를 생각하며 아이들 머리가 짧아야하고, 교사가 통제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의 반대도 심했다. 2002년도에 교문지도를 없애고 난 이후에 교장이 혼자 나와 교문지도를 하는 일도 있었다.

학부모들도 ‘집에서 학생들을 다루기 힘들다, 학생다운모습을 갖게 해준다’며 교문지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쟁 때문에 교문지도를 없애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들을 만나 일일이 설득을 했다. 결국 2002년에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문지도 폐지를 찬성하는 의견이 많아 없앨 수 있었다. 지금은 용의복장이나 명찰 등을 단속하기 위한 교문지도는 하지 않고, 지각지도만 하고 있다.“

- 교문지도를 없앤 이후에 달라진 게 있다면?

“학생들이 먼저 와서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문지도를 할 땐 교문에 교사가 서 있으면 학생들이 멈칫했다.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벽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교문 지도를 않으니 학생들과 흡연과 가정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또한 단속이 아닌 대화를 통해 아이들 문제를 풀어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생활지도 자체도 통제를 하는 것에서 학생들에게 다가서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구체적인 것은 학생 징계가 많이 없어졌다. 2001년엔 150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작년엔 3명만이 징계를 받았다. 학교에서 징계를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학생들 역시 징계받을 일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통제를 하지 않다보니 실내화를 신고 등하교를 한다거나 머리가 긴 학생이 있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이 지도 단속을 원하고 있다. 이것이 풀어야할 문제다.

학생들은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한다. 다른 학교들은 춘추복에서 하복으로 전환을 할때 보통 2주정도 기간을 두고 교문지도를 통해 단속을 하지만, 우리학교에는 춘추복에서 하복으로 갈아입는 시기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알아서 잘 갈아 입는다.“

-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철학은?

“교문지도를 하지 않으니 처음엔 다들 ‘아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갈까’ 두려워했다. 학부모의 항의도 들어오고, 항의가 들어오니 교장, 교감 입장에선 힘들어했다. 아직 일부 교사들은 아이들을 휘어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실제적으로 그렇게 하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는 단속만이 아니라 ‘지도와 상담’이 함께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속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려운 집안 환경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핸드폰을 가지고 와 카메라를 찍자고 한다. 이게 통제와 처벌 중심의 생활지도에서 상담을 중심으로 하고 나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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