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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6 08:44 수정 : 2006.06.26 08:49

정운찬 서울대 총장. 이종근 기자

조순과 유시민, 그리고 안경현.

정운찬 총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서초동 중앙도서관 뒤편 밥집으로 이어졌다. 함축적으로 툭툭 던지는 그의 어법은 듣는 이의 귀를 긴장시킨다. 그의 이야기엔 직접화법의 인용구와 동시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소탈하게 담긴다. 인터뷰 중에도 두산 야구경기 스코어를 확인하는 두산 골수팬. 야구 얘기만 나오면 어조가 튀고 말이 많아졌다.

그가 좋아하는 두 사람은 인생의 스승인 경제학자 조순과 두산 베어스 소속 야구선수 안경현이다. 조순 교수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에 가까웠다. 안경현 선수를 좋아하는 건 “선수생활 십수년이 넘은 베테랑이면서도 언제나 겸손한 자세” 때문이다.

총장이 된 뒤 보수화됐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불쑥 유시민(현 보건복지부 장관)이란 이름을 거명한다. “경제학과 후배인데, 2002년 총장 취임할 무렵 나에 대해 글을 썼어요. ‘정운찬 개혁총장이라는데 서울대 개혁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개혁 아이디어도 많지 않고, 있어도 서울대 교수들이 철밥통이라 안 된다’고 썼는데, 나에 대해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고 누구 아이디어나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썼더라고. 그러니까 좀 벙벙하다는 거지. 그 친구 미워 죽겠는데, 참 잘 썼어요.”

자신이 개방적, 진취적이지만 진보적 학자는 아니며 왼쪽도 오른쪽도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잘 짚어냈다는 이야기였다. “꼴보수하고도 이야기할 수 있고, 급진 좌파하고도 얘기할 수 있어요. 김수행·정운영 교수하고도 친해요. 보수적인 김영삼 정부 때는 진보로 보였을 것이고, 비교적 진보적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보수로 보였을 테지요. 저야말로 중도였을 겁니다.”

그에겐 ‘네 명의 아버지’가 있다. 그 하나는 그를 낳아준 생부요, 그 둘은 그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간 뒤 그를 아들로 삼아 다독인 숙부다. 그 셋은 청소년기에 삶의 지주가 되어준 ‘조선을 치료한 의사’ 스코필드, 마지막은 대학에서 만나 지금껏 그를 이끌어준 조순 교수다. 아비 부재가 필연적으로 부르는 가난 속에서 애면글면 고달팠지만 그는 “삶의 골목골목에서 이끌어준 아버지들이 있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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