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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중 냉동시설 5~6번이나 껐다켰다
위생시설 형편없어…배송·조리·배식 곳곳 변질 위험
사상 최대의 학교 급식 사고를 통해 식재료 관리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복잡한 단체급식 유통과정의 단계마다 위생·관리상의 허점이 숨어 있다. 식재료 업체의 발주부터 학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유통 실태를 살펴본다. 1.발주=최저가 낙찰 방식(완전경쟁 입찰)이 적용된다. 단가를 바탕으로 식재료를 납품받다 보니 질 낮은 식재료가 공급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위생보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육류는 수입 냉동육, 수산물은 냉동 수산물이 주로 쓰인다. 조리 절차를 줄이고자 반조리 식품 위주로 발주되고, 심지어 달걀 깨는 시간을 줄이려고 껍질 깬 날달걀을 20개씩 한 봉지에 담아 납품하기도 한다. 2.납품=물류 관리 편의를 위해 급식회사에서 하루 전 발주를 하면 짧게는 6시간 안에 납품을 마쳐야 한다. 물량에 맞춰 다듬고 소량 포장하기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 때문에 제대로 된 위생처리 과정을 거치기 어렵다. 필요한 위생처리 시설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대다수다. 수입 식품은 현지 생산 과정의 위생 처리 여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천여 업체가 난립하지만, 법규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어 실질적 관리·감독도 안 된다. 3.물류 센터=수천가지 품목을 납품받거나 직접 구매해 보관했다가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씨제이 푸드시스템의 인천 물류창고는 3천여 품목을 다뤘다. 납품 업체에서 채소나 육류를 썰어 포장한 뒤 물류센터를 거쳐 각 학교에 배달돼 조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위생적으로 다듬는다 해도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류센터에서는 금속, 잔류농약, 식품첨가물 등까지 검사한다며 철저한 식자재 위생관리를 장담하지만 워낙 대규모로 물건이 들어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관리가 어렵다. 4.배송=물류센터에 들어온 물건들은 밤이나 새벽에 배달된다. 배달차는 보통 단체급식소 대여섯 곳을 돈다. 도착해서 물건을 내릴 때마다 차 시동을 끄기 때문에 물건 내리는 시간(10~30분) 동안 냉장·냉동 시설도 함께 꺼진다. 이렇게 냉탕과 온탕을 몇차례 반복하면 식품 신선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변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5.검수·조리 및 배식=학교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검수 단계가 무척 부실하다. 위탁의 경우 영양사들이 급식업체에 소속돼 있어 실질적으로 검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 검수도 대부분 ‘좋다, 나쁘다’ 식으로 이뤄진다. 배송된 재료를 모두 냉장 보관할 수 없어 조리실 조리대나 바닥에 방치되는 물품이 상당수다. 조리하는 동안 조리실 온도가 30℃ 이상 오르기도 해 변질 우려가 크다. 외부 배달 급식을 할 경우 조리실에서 식당까지 음식을 옮기는 과정에서 변질될 수도 있다. 최현준 박주희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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