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8 18:37
수정 : 2006.06.28 18:37
부산 용호동의 한 중학교는 지금 중3학생들이 전학을 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어머니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일어나셨군요.
이 지역에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다른 지역보다 적습니다. 물론 제가 알기로는 부산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인문계 고등학교가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산지역에서는 중학교 내신성적으로 상위 60%학생에게만 인문계 진학을 하도록 하고, 다른 학생들은 특목이나 공고 상고 디자인고 테크노고 등등의 비인문계학교에 진학하도록 합니다. 그간에는 별문제가 없었거나 있었어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이렇게 고등학교 진학문제가 붉어져 나온것은 용호동에 ㅂ중학교 개별학교 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부산 지역 학생들 전체의 고등학교 선택권 문제와도 관련된다고 봅니다.
먼저 용호동 ㅂ중학교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성적이 높게 나옵니다. 학생 개별적인 능력을 떠나서 비슷비슷한 학생들이 몰려 있다보니 중학교 내신 성적 평균이 90점이 넘어도 인문계 진학을 불안해 합니다. 평균 90점이란 점수가 제 생각에는 꽤 높은 점수인데도 이 학교에서는 중위권에도 못미쳐 인문계 진학의 커트라인이 되는 까닭입니다. 이것이 첫번째 문제이고 두번째는 90점이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성적 성취도가 낮은 인접구로 전학을 통해 인문계 진학을 노리면서, 이들 학생들이 빠져 나가면서 남은 학생들은 또 다시 인문계 커트라인이 올라가는 불이익을 받아 전학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중3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끝나면 인접 학원에는 진학 상담이 봇물터지듯 일어납니다. 가까운 구로 전학을 하라거나, 좀더 해보자거나, 학교도 학교지만 학원에서도 공부보다 진학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실례로 성적이 아슬아슬한 학생이 인접구로 위장전학을 했다가 교육청감사에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었고, 인접 지역 학교에 전학을 하여 인문계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보니 ㅂ중학교 옆 ㅂ고등학교라서 다같이 웃었다는 일도 있습니다.
부모도 학생도 모두 인문계 진학을 원하지만 성적이 모자라서 인문계 진학을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전근대적인 발상입니다. 이번 학부모들의 하소연은 정당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학습권에 대해 주장하지 못하니 부모들이 대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산시교육청의 답변은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고 합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것은 평준화를 유지하느냐 깨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당장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부산시는 평준화를 빌미로 학교 시설을 확충하거나 비인문계보다 인문계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현실을 무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인문계냐 비인문계냐)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평준화를 잘 지키는 길입니다.
부산시교육청은 더 이상 평준화를 빌미로 아이들의 학교선택권에 제약하지말고, 성적순으로 인문계 비인문계를 가르는 현재의 방침을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진학은 자신의 고민의 결과여야 하지 성적의 결과여서는 안됩니다.
다만 이 글에서 경계하고 싶은 것은 평준화가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처럼 읽혀지는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부산시 교육청의 평준화 운운이 자칫 평준화를 깨는 도구로 이용될까 두렵습니다. 평준화야 말로 학생들에게 가장 편안하게 학습할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봅니다.
<관련>
박김의 글
http://wnetwork.hani.co.kr/evana114/202
부산 KBS보도
http://busan.kbs.co.kr/news/view_news.php?p_date=20060627&p_pkey=2283758
부산 KBS보도 2
http://busan.kbs.co.kr/news/view_news.php?p_date=20060627&p_pkey=2283749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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