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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8 19:47 수정 : 2006.06.29 00:41

일주일째 급식이 중단된 서울 북아현동 한 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28일 단체주문해 배달된 도시락을 학교정문에서 찾아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학교쪽은 ‘급식 지원’ 학생 챙기기 큰 고민

급식 중단 일주일…달라진 점심시간 풍경

28일 오후 서울 ㅈ중학교 3학년 교실. 4교시 수업이 끝나는 벨이 울리자마자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삼삼오오 모여서 책상 위에 도시락을 풀어 놓는다. 창문 쪽에 앉은 여학생들은 책상을 4개나 붙여서 8명이 둘러앉았다. 김치 볶음, 김 구이, 계란찜, 멸치 볶음, 햄 구이…각자 반찬통을 열어놓자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따로없다.

“엄마가 싸주니까 머리카락 같은 거 안 나와서 좋아요.” “급식 보다 훨씬 맛있어요.” 급식 사고로 고민하는 어른들과 달리,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급식만 먹어온 학생들은 ‘도시락 먹는 점심시간’이 새롭고 즐거운 모양이다.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혹시 도시락을 준비해오지 못한 학생이 없는지 교실을 한바퀴 둘러본다. “선생님, 성현이는 2교시 끝나고 도시락 까먹었대요.” 교실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온다.

일주일째 급식이 중단된 학교마다 점심시간 풍경이 달라졌다.

여느 때 같으면 식당이나 교실에서 각자 식판에 담은 음식을 먹던 학생들이 이제는 도시락을 풀어놓고 서로 반찬을 나눠 먹는다. 급식 중단 뒤 이틀 정도는 학교마다 미처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 학교 앞 분식집에서 점심을 사먹거나 빵·우유로 한 끼를 떼우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대부분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온다. 후식까지 싸와서 친구들과 과일을 나눠 먹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학생들이 저마다 물을 얼려서 물병에 담아오는 모습도 새로 생긴 풍경이다. 급식 중단과 함께 대부분 학교에서 교내 정수기 사용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도시락을 싸주지 못한 학부모가 점심시간 무렵 학교 정문 앞에서 자녀에게 도시락을 건네는 모습도 전에 볼 수 없던 풍경이다.

28일 점심시간에 서울 ㅈ여중·고에서는 3학년 한 학급 학생들이 아예 단체로 근처 도시락전문점에서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기도 했다.

급식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점심을 챙겨주는 게 학교마다 가장 큰 고민이다. 급식이 중단된 서울지역 학교 44곳 가운데 31곳은 학생들에게 농산물상품권을 나눠주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식권을 나눠주고 같은 재단인 대학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도록 한다.


27일 이 대학 기숙사 식당에서 만난 이아무개(18·고3)양은 “급식 지원을 받는 친구들끼리 여기 와서 밥을 먹는데 급식보다 맛있어서 좋다. 반 친구들이 급식 지원받는 걸 알아도 괜찮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혹시 아이들이 주눅들지 않을까 걱정이 돼 반에서 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들과 함께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다. 강남의 ㅅ중학교는 학교에서 도시락을 주문해서 학교 보건실에 뒀다가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급식 지원 대상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서울 ㅈ중학교 교감은 “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혹시 도시락 준비를 못할까봐 학교 근처 식당을 정해 점심을 먹도록 하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다른 아이들과 구분되는 게 싫다’고 해서 상품권을 나눠주고 있다”며 “급식 사고 때문에 도시락을 싸오게 됐지만, 젊은 선생님들이 도시락을 싸와서 학생들과 먹는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도 난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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