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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2 17:19 수정 : 2006.07.03 14:42

십원짜리 똥탑 /

십원짜리 동전이야 지금은 돈으로도 안 치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큰 돈이었다. 과

자 한 봉지나 공책 한 권을 살 수 있었다. 어쩌다 십원이 생기는 날엔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뭘 살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동전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입에 넣어 혀로 굴리기도 했다. 그러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다음날 똥에 섞여 나왔다. 똥 묻은 십원 동전을 되찾았을 때의 그 기쁨이란….

과자 역시 귀했다. 학교 앞 가게에 가봐야 ‘뽀빠이’나 ‘또뽀기’ ‘쫀드기’ 등 10원~20원짜리 과자 몇 가지밖에 없었다. 한 친구가 어디서 용돈을 얻어 과자를 사먹는 날엔 다른 친구들이 우르르 달려붙었다. “조금만 주라.” “나도 저번에 줬잖아. 하나만 줘.” 온갖 아양과 간청으로 과자를 얻어 먹기 위해 혈안이었다.

이런 점에서 <십원짜리 똥탑>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깨복쟁이’ 친구들과 지지고 볶고 키득대고 찔찔짜던 얘기들은 그것을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더 절절하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친구를 골탕 먹이려 자기 똥구멍에서 나온 동전을 삼키게 만드는 ‘더러운’ 일을 죽마고우 친구 아니면 누구에게 하랴?

새총으로 누가 잘 맞추는지 시합을 하다 열받아서 친구 이마에 돌멩이총알을 날렸다면 요즘은 당장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겠지만 예전엔 그냥 애들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얼굴에 녹두콩만한 점이 있어서 녹두라는 별명이 붙은 이광태와 멍천한 것이 배도 불룩해서 멍배라 불리는 정문배를 보면서 어른들은 바로 자신들의 옛모습을 떠올릴법하다. 지금이라도 고향 마을에 가면 어디선가 달려나올 것 같은 옛 친구들이 문득 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하나 노는 모양새는 다르겠지만 요즘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늘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를 떠올리며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인다. 앞 집에 산다는 이유로, 같이 바둑교실에 다닌다는 이유로,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단짝친구처럼 붙어다니던 친구가 며칠 동안 안보였을 때 그 허전함이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지 않을까?

새로운 장난감을 가져와서 자랑할 때, 해외 여행 간다고 뻐길 때, 축구 하는데 끼워주지 않을 때, 신나게 놀다가 갑자가 치고 박고 싸울 때 “다시는 너랑 노나 봐라.”하며 결별을 선언했다가 하루도 못가서 다시 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옛날 아빠, 엄마가 친구들과 어떻게 놀았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해 보인다. 작은 아버지가 사다준 키크는 과자를 하나 줄 테니 멍멍 짖어보라고 하고, 얄미운 친구를 골탕 먹이려고 친구 집 앞에 구덩이를 파고 돼지똥물을 퍼다 붓는 장면을 읽다 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쏟아지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밤에는 엄마, 아빠, 자녀가 같이 모여 이 책을 읽고, 소중한 친구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이정록 글, 임연기 그림. 문학동네/7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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