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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서관교육연구소 이현 소장이 아이와 함께 영어 그림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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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한다는 부담 벗어나
고학년이 그림책? 뭐 어때요
아이 수준에 맞는 책 골라야 ■ 한글 그림책을 먼저 읽는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많이 읽지 않은 아이에게 영어책을 내밀면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데 언어마저 낯설어 지루해 하기 십상이다. 한글 그림책으로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낀 상태에서 영어 그림책을 보는 것이 좋다. 한글 그림책을 어느정도 읽었으니 영어 동화책만 읽히겠다는 식의 생각도 곤란하다. 아이들이 특정 ‘언어’를 넘어서 재미있는 책을 두루 읽고 공감한다는 느낌을 갖는게 중요하다. ■ 같은 책의 한글판·영어판을 비교하며 읽는다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는 전세계 그림책의 80%가 번역돼 나와 있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예를들어 존 버닝행의 <사계절>은 우리나라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냈다. 번역은 또다른 창작이라는 말이 있듯, 국내 번역본들은 그림책의 판형이나 쪽구성, 번역 문체 등이 다 다르다. <사계절> 원서와 국내 번역본들을 함께 놓고 비교하며 본다. ‘봄에는∼, 여름에는~’식으로 번역한 책이 있는가 하면 ‘봄이 되었습니다. 여름이 되었습니다’로 번역한 책도 있다. 어떤 게 더 좋은지, 어떻게 다른 느낌이 드는지 함께 생각해본다.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영어 뿐 아니라 한국어 표현력도 눈에 띄게 좋아진다. 같은 그림이라도 편집에 따라 어떤 그림이 더 무거운지, 가벼운지 등을 이야기하면, 사물을 바라보는 아이의 오감이 열리니 일석이조다. 원본이나 번역본을 일일이 구매하기 어렵다면,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그림, 주제어, 표현 순으로 읽는다 먼저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면서 이 그림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아이가 그 그림과 함께 쓰여있는 영어 문장을 궁금해하면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단어’만 알려준다. 아이가 단어에 만족하지 못하면 문장을 읽어주되, 부모의 발음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한글 그림책을 읽어줄 때도 동화를 구연하듯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읽기를 싫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글책을 읽어도 부모에 따라 억양과 발음, 태도 등이 다 다르지 않은가. 그러니 원어민 수준으로 읽어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저 최선을 다해 차분히 읽어주면 된다. 그림책은 영어교재나 학습지가 아니다. 문법을 설명하거나 어떻게 해석하는 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아이가 영어 문장을 해석하는 방법을 궁금해하면, 책 제목 정도만 갖고 이야기하라. 명사만으로 이루어진 제목, 문장을 이루는 제목 등 다양한 그림책 제목만으로도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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