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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반대 재임용 탈락’ 부당 결정 받은 신용구씨
“평생의 한을 안고 갈 뻔했는데,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해 너무도 기쁩니다.” 5일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로부터 부산수산대(현재 부경대)가 30년전 자신의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통보를 받은 신용구(72)씨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떠안겼던 빚을 조금은 갚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교원재임용제도가 시행된 1976년 첫 재임용심사에서 ‘억울하게’ 탈락해 강제로 사직서를 내고 교단을 떠나야 했다. 이미 정년을 훌쩍 넘겨 대학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잃어버린 명예는 되찾은 것이다. 신씨는 71년 2월 부산수산대에 임용돼 수산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했다. 그는 교수회의 등에서 해군 중장 출신 학장의 전횡을 비판하고, 유신 반대 데모를 하다 연행된 제자들을 감싸안는 등 학내에서 ‘강단있는 교수’로 통했다. 하지만 75년 7월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다음해 2월부터 교원재임용제도가 시행되자, 대학은 재임용심사위원회를 열어 신씨 등 3명의 재임용 탈락을 결정했다. 대학 쪽은 결정을 받아들이도록 가족에게까지 협박과 회유를 했고, 결국 신 교수는 사직서를 내고 대학을 떠났다. 그는 “박정희 군사정권에 물러설 생각은 없었지만, 가족까지 위협받게 되자 사직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신씨는 대학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으나 허사였다. 또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것마저 ‘재임용 탈락 교수’ 딱지 때문에 불가능했다. 가족 생계는 중학교 교사였던 부인(71)이 떠맡아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 재임용심사위에 참가했던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표면상 이유는 불성실 교수의 퇴출이었으나, 내용적으로는 반정부적이거나 비협조적인 교수를 색출 배제하는데 목적이 있었으며, 후에 말썽 소지를 없애기 위해 본인 의사와 달리 가사로 인한 자진사퇴서를 작성케 해 교단을 떠나게 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받아냄으로써,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말이 자진사퇴지 실은 임명권자가 본인 의사와 달리 사직서를 받고 무참히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 “유신체제를 반대하고 비판하거나 총·학장 뜻에 거슬리는 교수들을 강단에서 몰아내는데 악용한 것”으로 기록한 <부산수산대학교 오십년사>도 명예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신씨는 “죽기 전에 명예를 회복해 무엇보다 기쁘다”며 “나를 원망 않고 꿋꿋이 살아온 가족들이 고맙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나를 자신의 일처럼 성의껏 도와준 교원소청심사특위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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