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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벌레 잡으러 나선 나무와 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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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살살 떠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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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잡은 잠자리 애벌레와 플라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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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에 있는 물가에 왔더니 얼마 전 내린 비 때문에 물이 많이 불고 물살이 세. 센 물살 때문에 벌레들이 다 떠내려가 버렸으면 어쩌지? 조마조마 걱정하며 발 밑에 있는 큼직한 돌멩이를 들어올렸어. 돌멩이 밑에는 납작한 하루살이 애벌레, 자잘한 돌을 다닥다닥 이어 붙인 날도래 애벌레 집, 새까만 거머리, 다슬기 몇 마리, 귀여운 사팔뜨기 플라나리아 따위가 붙어 있어. 벌레들이 다 떠내려가 버렸을까 봐 걱정했는데 모두들 센 물살에도 잘도 붙어 있어. 모두 돌에 붙어 살아가는 벌레들이야. 그러고 보니 돌멩이 한 개가 벌레들한테는 아파트인 셈이야. 큼직한 돌멩이, 벌레 아파트, 바글바글 벌레들. 돌멩이 한 개에 참 많은 벌레들이 붙어 살기도 해. 돌멩이에 붙어 있는 벌레를 볼 때는 물 속에서 돌멩이를 들어올릴 때 아래에다 뜰채를 받치면 좋아. 그래야 물에 쓸려 떨어지는 벌레들까지 잡을 수 있어. 하루살이 애벌레처럼 돌멩이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벌레들은 좀처럼 떼어낼 수 없어. 손으로 떼어내다 자칫 벌레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붓으로 살살 떼어내. 물살이 빠른 데 사는 하루살이 애벌레는 몸이 이렇게 납작해. 하지만 하루살이 애벌레가 모두 몸이 납작한 건 아니야. 물이 느리게 흐르는 데 사는 하루살이 애벌레는 몸이 동글동글해. 하루살이 애벌레는 물 속에서 몇 개월이나 1~2년 정도 꽤 오래 살다가 어른벌레가 되어서는 땅위로 나가는데 몇 시간을 살기도 하고 2~3일을 살기도 해. 어른벌레가 된 하루살이는 입이 없어서 땅위에서 사는 동안은 먹지도 못하고 짝짓기만 하고 죽어. 날도래나 강도래 어른벌레도 입이 없어. 날도래 애벌레 집은 자잘한 돌멩이로 이어 붙인 집뿐만 아니라 나뭇잎사귀로 이어 붙인 집, 돌멩이랑 나뭇잎사귀를 섞어 이어 붙인 집, 돌에 그물로 만든 집, 크기나 모양도 가지가지지. 플라나리아는 몸 쭈욱 늘였다 다시 줄였다 하며 옆새우 같은 벌레를 먹고 살아. 이번엔 고마리처럼 물가에 자라는 풀 밑을 뜰채로 들추었어. 그랬더니 잠자리 애벌레들이 우글거려. 물 흐름이 느린 구석진 곳에 쌓인 낙엽 더미도 들췄더니 거기도 잠자리 애벌레 투성이야. 낙엽을 살살 걷어내며 보이는 꼼실거리는 것들이 온통 잠자리 애벌레야. 한 번밖에 안 떴는데도 열 마리나 걸려들었지. 붓으로 살살 떠서 통에다 담아 보았지. 다슬기도 많고 옆새우도 한두 마리 걸려들었지. 역시 옆새우는 더 맑은 물에서 사는지 많이 보이지는 않아.
우리는 쟁반을 못 챙겨서 떡 담긴 스티로폼 그릇에다 벌레들을 담아 놓고 보았는데 서로 보겠다고 아웅다웅하다 몇 번이나 물을 쏟고 벌레들이 고생 좀 했어. 돋보기 대신 루페로 들여다 보았는데 플라나리아 사팔뜨기 눈도 다 보이고 신기해. 벌레들을 모두 잡은 자리에다 조심스레 도로 놓아주고 돌멩이를 몇 개 주워 돌멩이에다 그림을 그렸어. 돌멩이 속에 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하늘도 있고, 어느 돌멩이는 화난 얼굴이 되기도 하고. 돌돌돌멩이 벌레들의 멋진 아파트, 돌돌돌멩이는 우리들의 멋진 놀잇감. na-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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