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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감독 케리 콘런, 출연 주드 로, 귀네스 펠트로, 앤절리나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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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투모로우〉의 배경인 1939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전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던 시기였다. 또한 독일의 비행선 힌덴부르크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거대 로봇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함대와 같은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가미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영화다.(사진) 오늘날에도 만들지 못하는 거대 로봇이 그 당시 존재했을 리 없다. 하지만 거대한 비행선은 실제로 존재했다. 영화 속에서 스카이캡틴(주드 로)은 비행 도중 연료가 떨어지자 프랭키(앤절리나 졸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 프랭키가 끌고 나타난 것이 거대한 공중활주로가 있는 함대다. 공중활주로도 비행선과 같은 원리로 하늘을 날고 있다면 완전히 상상 속의 산물만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비행선은 어떤 원리로 하늘을 나는 것일까? 배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이나 비행선이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은 동일한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수천 년 전 아르키메데스가 목욕 중에 발견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것이 ‘부력의 원리’다. 흔히 물체가 물속에 잠긴 만큼의 부력을 받듯이 공기 중에 있는 물체도 공기 부피만큼의 부력을 받는다. 우리는 물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기 중에서도 부력을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받는 부력의 크기는 몸무게가 60㎏인 사람의 경우 약 78g 정도다. 따라서 사람도 4층짜리 건물만큼 덩치가 커지면 공중에 뜨게 된다(물론 몸무게 증가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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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행선은 힌덴부르크호를 모델로 하고 있다. 힌덴부르크호는 내부가 철골 구조로 된 비행선으로 전장 245m에 그랜드 피아노를 갖춘 바와 산책을 위한 복도까지 있어 ‘하늘의 타이타닉’이라 불렸다. 오늘날의 비행선이 기낭 속에 헬륨을 채우고 있는 것과 달리 힌덴부르크호는 수소 기체를 채우고 비행하다 36명의 사망이라는 비극적 사건으로 14개월 간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영화 속에서 비행선이 폭발하는 장면은 그것이 수소 기체로 움직이는 비행선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힌덴부르크호의 참사가 일어난 것은 독일 기술자들이 수소 기체의 위험성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비행선에 채울 헬륨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헬륨을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뿐이었는데, 나치를 달가워하지 않은 미국은 독일에 헬륨을 팔지 않았다. 비행선을 설계한 체펠린 백작은 수소 비행선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군사용이 아니라 상업용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비록 비극으로 막을 내리기는 했지만, 체펠린 비행선은 승객을 실어 나른 최초의 정기 여객기였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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