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7 15:15
수정 : 2005.02.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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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집 야마모토 오사무 한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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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에 몸담고 계신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늘 부끄럽고 존경스럽다. 가장 기본적인 의사 소통마저 안 되는 장애아들을 가르친다는 것,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우랴.
수화 한 가지를 가르치려고 기약 없이 노력하는 모습, 자해하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또 감싸는 모습, 속절없이 죽어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절망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 …. 무엇이 그분들을 그렇게 헌신하게 만드는 것일까.
만화 <도토리의 집>(1~7권)은 그 답을 진지하게 가르쳐 준다. ‘도토리의 집’은 일본 사이타마현 오오미야시에 있는 농중복 장애아들의 공동작업장이다. 시각과 청각 장애뿐만 아니라 정신 장애, 지체 장애 등이 겹친 장애아들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자구 시설이다. 이 책은 도토리의 집 설립과 관련된 농중복 장애아, 선생님, 가족들의 실화에 바탕을 둔 만화 모음이다. 장애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가,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 편견 속에서 얼마나 속절없이 스러져 가는가, 절망 속에서도 얼마나 힘차게 인간의 존엄함과 삶의 희망을 보여 주는가, 생생하게 알려 준다. 몇 장 넘기지 않아도 어느새 코가 시큰해지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다가 결국 남몰래 흐느끼게 만드는 사연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장애인 역시 똑같은 인간이라는 깨달음, 장애인을 무시하는 사회란 결코 건강할 수 없다는 진리, 장애인과 아픔을 함께 하지 않는 삶이란 결코 진실하지 못하다는 교훈을 또렷하게 가르쳐 준다. 장애인을 위하는 일이 단지 여력의 봉사가 아니라, 나와 우리 스스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섬김과 나눔의 고통임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는 도토리의 집뿐 아니라 수많은 공동 작업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알량한 특수교육을 시키다 어느 순간 사회로 내던져 버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과 횡포에 대항한 시민의 힘 덕분이다. 우리 사회에도 하루 빨리 도토리의 집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 뒷표지 추천사처럼, 장애아 부모들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겠다고 눈물겹게 기도하는 대신 언제라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는 우리 모두의 의무다. 청소년에게 남에 대한 배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그늘진 곳에 대한 응시 등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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