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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7 15:15 수정 : 2005.02.27 15:15

2월이면 모든 학교들이 졸업식으로 술렁거린다. 해방감과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긴장감으로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초등학교 졸업식은 남다른 것 같다. 긴 시간 정을 붙여 왔던 모든 것들과 최초로 이별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식은 어려서 뭔가를 잘 모르던 유치원 졸업이나 3년만에 하는 중·고교 졸업과는 견줄 수 없는 감회가 아이들 마음에 깃든다. 어린 시절을 마감한다는 데서 오는 묘한 슬픔과 청소년이 된다는 뿌듯함이 뒤섞이는 데서 오는 감정이리라.

졸업을 앞두고

졸업을 앞두고 내 마음은

떨림, 기대감,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졸업식에 부모님만 오실까 떨리기도 하고

처음하는 졸업식이라 기대도 된다.


졸업을 하고 갈 새 학교에 대한 설레임도 있다.

빨리 졸업을 하고 싶지만

정든 6학년, 초등학교 시절이 가서 아쉽다.

(황여울/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요즘 아이들은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졸업식 연습을 할 때나 송사, 답사를 읽을 때 눈물 바다를 이루었던 예전을 생각하면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졸업식 하는 날까지 떠들어 대는 아이들 모습에서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라고 해서, 겉으로 마냥 까불거린다고 해서, 속마음이 여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졸업식

졸업을 한다는 건 새로운 시작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

어쩌면 다시 못 만날 친구도 있고

가끔 만나거나 길에서 스쳐 지나갈 친구도 있다.

다시 못 만나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졸업을 생각하면 중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도 든다.

졸업은 두 개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다.

(주대영/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 연습을 하던 날에도 친구 모자에 달린 털을 내내 잡아 빼다 걸렸던 대영이, 하지만 시를 읽어 보니 ‘개구진’ 대영이 속마음이 퍽이나 깊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에 가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각오로 흥분이 되기도 하지만 함께했던 동무들 생각을 하면 쓸쓸할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교실에서 졸업장과 앨범, 통지표를 한명씩 나누어 주며 덕담을 해 주었다. 이어 기다리던 학부모님들과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다. 아이들 네댓명이 나왔다. 그 가운데 나한테 몹시 야단을 맞으며 정이 든 영재가 친구들에게 인사말을 한 뒤 내게도 할 말이 있다며 돌아섰다. 덩치 큰 영재는 그새 눈시울이 벌개지더니 결국 울어 버렸다. 삽시간에 나도 아이들도 지켜보던 부모님도 울었다. 우리는 수많은 말들을 눈물 속에 삼키며 손을 움켜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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