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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7 15:17 수정 : 2005.02.27 15:17

다섯 방향의 큰 신 중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은 북방의 큰 신 전욱(顚頊)이다. 그는 황제의 증손으로서 나중에는 할아버지 황제의 뒤를 이어 천하를 다스리는 최고신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별로 전해지는 바가 없다. 다만 그가 다스렸던 방식으로 보아 황제보다도 더 엄격하고 고집불통의 성격을 지니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하늘과 땅의 통로를 끊어 버린 일이다. 원래 인간은 하늘과 땅을 신들과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왕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들의 왕래가 잦아져 신들의 세계가 오염되었다고 느낀 전욱은 신하인 중(重)과 여(黎)를 시켜 그 통로를 끊어 버렸다. 옛날에는 높은 산이나 높은 나무 끝에 하늘과 통하는 길이 있어서 인간들이 마음대로 천상에 갈 수 있었는데 이제 그 길을 없애 버린 것이다. 그 뒤로 평범한 인간들은 신통한 무당을 통해서만 하늘의 신들과 뜻을 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욱은 또 여자들에 대해서도 많은 편견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이상한 남녀차별법을 만들어서 여자들을 괴롭혔다. 곧 여자들은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남자가 오면 반드시 길 옆으로 몸을 피해야만 했다. 만일 그냥 지나가면 사악한 여자로 간주되어 곧바로 체포되었다. 그리고는 요사스러운 기운을 없애야 한다고 무당을 시켜 한바탕 푸닥거리를 한 다음 석방했다.

하늘과 땅의 통로를 끊은 일, 여자가 길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게 한 일 등으로 미루어 전욱은 신과 인간의 관계,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해 철저하게 차별적인 생각을 지닌 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욱의 이러한 생각은 천하는 함께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중심에 의해 다스려져야 한다는 할아버지 황제의 사상을 이어받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전욱의 완고한 정책은 많은 신들과 인간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만이 많았던 염제 계열의 신인 수신 공공(共工)은 마침내 반란을 일으켜 전욱이 차지하고 있던 최고신의 자리를 빼앗고자 했다. 공공은 붉은 머리칼에 뱀의 몸을 한 용맹무쌍한 신이었다. 전욱은 모든 부하 신들을 동원해 전력을 다해 싸워 공공의 반란을 진압할 수 있었다. 싸움에 패해 화가 난 공공은 그때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부주산(不周山)을 머리로 힘껏 들이받았다. 부주산이 충격으로 꺾어지면서 하늘과 땅이 동남쪽으로 기울어졌고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 중국 대륙은 서북쪽이 높고 산이 많으며 동남쪽이 낮아 모든 강들이 그쪽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섯 방향의 큰 신들을 살펴보니 그 중에서 동방의 태호, 서방의 소호, 남방의 염제 등 다수의 신들이 원래 동방 출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중국 문명의 초창기에 대륙의 동방에 있던 민족이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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