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 숨은 '8'을 찾아라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도 여유를 갖고 관찰하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때가 많다. 지하철 2호선의 어느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릴 때였다. 플랫폼 바닥에 두 종류의 도형(정사각형과 오각형)을 이용한 타일이 반복돼 있어서 유심히 바라보게 됐다.(그림 1) 정사각형 4개와 오각형 8개가 모여 팔각형이 되고, 정사각형 1개와 오각형 2개가 모여 새로운 오각형이 됐다. 이번엔 동서남북으로 오각형 4개가 모여 열십(十)자 모양이 되기도 하고, 오각형 14개가 모여 숫자 8이 되기도 했다.(그림 2) 더구나 부분적으로 보면 보이던 여러 가지 모양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그물망 속에 숨어 버리는 게 아닌가. 타일을 배열한 이의 뛰어난 감각과 독특한 배열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타일 배열에서 보이는 숫자 8을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수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관찰하고 추측하기

1. 먼저 연필로 적당한 크기의 정사각형을 그린 뒤 각 변의 중점(가운데 점)을 이어 정사각형을 4개의 정사각형으로 나눈다. 처음의 정사각형 안에 생긴 중심선의 중점을 서로 연결하면 비스듬한 정사각형이 얻어진다. 이 정사각형의 각 변의 중점에서 처음의 정사각형의 변에 수선(수직으로 내린 선)을 내리면 처음의 정사각형 네 귀퉁이에 정사각형이 그려진다.(그림 3) 이렇게 그려진 정사각형에서 몇 개의 선을 지우개로 지우고 네 귀퉁이의 정사각형을 색칠하자. 이제 처음의 정사각형을 ABCD라 하자.(그림 4) 정사각형 ABCD의 한 귀퉁이에 있는 오각형 2개를 변 BC를 기준으로 대칭시키고 이어 변 CD, 점 C에 대해 대칭시키면 팔각형 모양이 얻어진다.(그림 5) 적절한 대칭축(도형을 대칭시키는 기준선)을 잡아 앞에서 얻은 팔각형을 대칭시키면 숫자 8을 만들 수 있다. 직접 디자인해서 발견의 즐거움을 누리자. 2. 정사각형과 오각형을 이용해 숫자 8 이외의 다른 숫자도 디자인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얻은 숫자 8 모양의 디자인을 이용하면 다른 숫자들도 표현이 가능하다. 먼저 앞에서 얻은 숫자 8 모양의 디자인을 종이 위에 10개 이상 복사하자. 숫자 8 모양의 디자인을 각각 같은 크기로 잘라내 적절하게 색을 칠하면 아라비아 숫자 0, 1, 2, 3, 4, 5, 6, 7, 8, 9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두꺼운 도화지에 붙이면 숫자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이 2월 28일이므로 숫자카드 2와 숫자카드 8을 이용하면 28을 나타낼 수 있다(그림 6). 결국 두 가지의 기하학적 도형(정사각형과 오각형)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디자인한 셈이다.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