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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7 15:33 수정 : 2005.02.27 15:33

놀이를 통한 영어 감각 키우기를 강조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이안플레이그룹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풍선 아래에 깔아 놓은 종이에 롤러를 이용해 풀을 바르고 있다. \


초등학교 입학뒤 영어 접하는 아이 어떻게

8살짜리 딸을 둔 김소희(34)씨는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어렸을 땐 노는 게 최고의 교육이라는 생각에 딸을 학원이나 학습지 등과는 담을 쌓고 지내게 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보낼 때가 되니 피아노, 미술은 물론 영어까지 기본으로 배운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너무 나는 것이다. 이제라도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나 아이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3~4살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어떤 부모들은 뱃속에 있거나 갓난아이 때부터 극성으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언어는 일찍부터 배워야 효과가 좋다는 조기영어교육론이 득세한 결과다. 이런 상황은 김씨처럼 ‘뒤늦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하지만 조기교육론에 집착해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이석재 교수는 “언제부터 영어를 배우느냐 하는 것은 아이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조기언어교육론의 근간인 ‘인간에게는 결정적 언어 습득의 시기가 존재한다’는 주장조차 최근에는 ‘다른 외국어를 학습할 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의 습득에 해당한다’는 반박 논리에 부닥쳐 있다.

특히 조기 영어 교육을 통해 스트레스를 주면 오히려 언어 지체를 불러오는 등 발달을 저해하는 역효과도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어를 일찍 가르치지 않은 것이 고민 거리일 이유는 없다.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김정렬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충실히 공부해도 유창한 실력을 키울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아이들 개개인의 발달 상황에 맞는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개개인 발달상황 달라 ‘조기교육’집착 말아야

8~10살 무렵 되면 놀이 아닌 학습으로 인지

아이 스스로 호기심 갖게 환경조성 우선 신경을

그렇다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거나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이 영어를 처음 배우려 할 때 적절한 접근법은 뭘까? 우선 이맘때 아이들의 연령적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 8~10살 무렵의 아이들은 자아와 지능이 거의 완성되기 때문에 영어를 놀이가 아닌 학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 환경에 비교적 많이 노출돼 영어로 된 오디오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를 즐겨 듣고 보던 아이들조차 이 시기가 되면 갑자기 영어를 멀리 하곤 한다. 학교라는 곳은 우리말로 말하고 듣는 것이 더 편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능률교육 김희선 초등교육팀장은 “영어에 관심을 갖고 배울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환경 조성이 가장 앞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어구연대회를 찾아가 다른 아이들이 영어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 준다든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최신 비디오를 영어판으로 사 준다든지 하면 아이는 스스로 영어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교육진흥원(interedu.go.kr) 등을 통해 ‘외국인 홈스테이’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영어 노출 환경을 늘리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 부모에게 배움의 욕구를 채워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예쁜 동화책이 있으면 그 속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식이다. 가뭄으로 메마른 땅에 물을 부으면 순식간에 흡수하듯이, 아이들이 배움의 욕구가 있을 때 그것을 채워 주면 빠른 속도로 영어 능력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배움 욕구를 마구 드러내더라도 강압적으로나 학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생활 속의 대화나 놀이를 통해 영어와 친구가 되게 하는 것이 좋다. 즉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또 다른 우리말이어야 한다.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무엇을 하는 것 위주여야 한다. 그림 연결이나 색칠, 쉽고 간단한 규칙의 게임이나 놀이를 하면서 영어를 알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삼육의명대학 유아교육과 최지영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서 영어는 학습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워밍업 정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놀이든 뭐든 아이가 관심을 갖는 방법을 통해 날마다 꾸준하게 영어 접촉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어 교육 전문사이트 레몬스쿨 이진영 대표는 “언어 능력은 뭔가를 많이 외워서 발달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꾸준한 노출과 노력을 통해서 형성된다”며 “모국어와 마찬가지로 영어도 교육의 주체는 엄마이므로 엄마가 영어로 게임을 해 주거나 책을 읽어 주고 함께 비디오를 보는 등 자연스런 영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작 단계에서는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등 언어 교육의 4가지 영역 가운데 듣기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마가 함께 동화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게 상당히 효과적이다. 인천 상인천중 윤현문 교사는 “발음이 좋지 않더라도 부모의 목소리로 먼저 읽어 주는 것이 중요하며, 오디오테이프 등을 계속 듣도록 하면 아이는 스스로 발음의 원리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개인차를 고려해야 한다. 능률교육 김 팀장은 “외향적이면 게임이나 율동, 손재주가 좋으면 미술이나 만들기, 나서거나 말하기를 좋아하면 연극을 재미있어 하므로 아이들의 취향이나 성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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