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7 16:14
수정 : 2005.02.27 16:14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겨울에도 참 신명나게 놀았다.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외발썰매, 쥐불놀이, 연날리기와 정월 대보름이면 망우리를 했다. 깡통에 관솔불을 넣어 돌리다 하늘 높이 던지는 놀이다. 정월이면 동네 어른들이 모여 풍물을 치면서 집집마다 돌아다녔다. 한지로 만든 꽃고깔을 쓰고 소고를 치는 사람들 뒤를 동무들하고 졸졸 따라다녔다. 가끔 송파놀이마당에서 탈춤을 본다. 노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어린 자녀들 손을 잡고 오는 젊은 부부들도 있다. 그 식구들이 난장 때 춤추며 노는 모습을 보면 어릴 때 느꼈던 신명이 떠올라 즐겁다.
이 책은 이런 우리 춤, 우리 신명을 아이들한테 알려 주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주인공 예진이가 아버지를 따라 봉산탈춤 예능 보유자 할머니를 찾아가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한테 탈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또 친구 우용이네 식구와 같이 공주에 있는 민속극박물관에 가서 여러 가지 탈을 살펴본다. 심우성 할아버지가 자기 돈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이 박물관에는 우리 겨레가 만들어 쓰던 갖가지 탈을 모아 놓았다. 그리고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 가서 봉산탈춤을 배우고, 끝으로 봉산탈춤 정기 공연에 참여한다. 예진이가 질문하고 어른들이 대답을 하는 마주 이야기체로 쓴 이 글은 문학 형식을 빌려서 탈춤을 설명하는 글이다. 여러 가지 탈과 봉산탈춤 춤사위를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 주고 있고, 주인공이 찾아가는 장소를 약도까지 그려 놓았다. 이 책을 쓴 송인현씨는 끊어져 가던 우리 신명, 탈춤의 맥을 다시 잇고 되살리는 일을 평생 동안 해 온 봉산탈춤 이수자다. 서울예대 학생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봉산탈춤을 배우고 가르치며 살았다. 탈춤을 쉽게 가르치고 배워서 생활 속에 자리잡도록 하고, 우리 춤사위를 연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예술로 표현해 내는 일에 앞장서 왔다. 글쓴이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전문가 냄새가 나지 않게 쉽게 풀어서 설명하였다. 그 흐름이나 활자 크기로 보면 초등학교 중급학년부터 읽기에 알맞다. 탈춤을 처음 배우고 싶은 어른이나 어린이와 학교에서 음악, 미술, 체육 교과 민속 관련 단원을 지도할 때 동기 유발과 스키마 형성을 위한 보조 교재로 권장하고 싶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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