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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7 16:25 수정 : 2005.02.27 16:25

고개 너머 멀리서 소리 한자락 들린다. 귀 기울이면 알 수 있다. 봄이 오는 소리다. 생기로 가득찬 아이들은 봄과 잘 어울린다. 새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는 그런 생명의 기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책이다. 봄맞을 채비를 차리는 데, 빠질 수 없는 지혜를 일러준다. 생명의 눈으로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는 지혜다.

그 지혜는 먼저 “콩알 하나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들어있”음을 알고 “흙 한 줌이 수많은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는 작은 우주”임을 아는 것이다. 쓸모를 따져 세상을 보지 않고, 서로 기대고 얽혀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세상의 본 모습을 들여다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명사상’을 훈계조로 늘어놓지는 않는다. 글쓴이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봄이 오는 들녘을 거닐며 대화하듯이 글을 썼다. 목사·농부·민속학 교수·중학교 교사·생물학자·생태운동가 등 여섯명의 글쓴이는 한결같이 자신의 삶으로 생명사상을 실천하고 있다. 그 실천의 지혜를 딱딱한 강의가 아니라,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들려준다.

속삭임은 이제 평소 업신여기고 가볍게 지나쳤던 존재들을 향한다. “밥은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이치를 살피며 내 구린 똥을 다시 본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저 혼자 열매맺는 개복숭아는 개미며 나비와 말벌에게 흐뭇한 속살을 내주며 생명의 세계를 채운다.

그 중에서도 기막힌 이야기는 각시붕어와 조개의 공생이다. 각시붕어는 조개의 살을 파고들어 알을 낳는다. 조개는 알에서 깨어난 각시붕어의 몸에 새끼조개를 흩뿌린다. 진정한 희생없이는 불가능한 공존의 지혜다. 사람은 그렇게 살 수 없을까. 글쓴이들은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 속에 길이 있다고. 그 길을 찾는 건 이제 너희의 몫이라고. 그 길을 찾아 떠나보라고, 지금 봄이 오고 있다. 전학년, 이현주 외 지음, 임종길 그림. -봄나무/1만원.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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