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16 19:51 수정 : 2006.07.16 23:18

대학생 수업카페에 올려놓은 과제물 등
인터넷서 몰래 퍼다가 버젓이 거래 성행
판매사이트쪽 “중개만 할뿐…책임없어”

대학생들의 과제물 등 각종 개인 리포트들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에 의해 마구잡이로 온라인상에서 유료거래되고 있다. 이미 온라인 상에 공개된 남의 리포트를 수집해 인터넷 유료사이트에 올린 뒤, 거래된 만큼 수익을 챙겨가는 ‘리포트 절도범’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포트 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던 채혜미(서울대 법대·23)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프랑스 예술가 ‘오를랑’에 대해 작성해 수업 커뮤니티 카페(같은 수업을 받는 학생들끼리 만든 온라인 모임)에 올린 문서 2개가 각기 다른 사람의 명의로 다른 사이트에 등재돼 버젓이 유료로 거래되고 있던 것이다. 수업 커뮤니티 카페에 가면 그냥 볼 수 있고 작성한지 1년이나 되는 이 문서를 이 사이트에서 내려받는 대가는 700원.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의 뺨을 칠 만한 누군가가 채씨의 리포트로 간단히 벌어들인 수익은 1만3천원 가량이었다. 채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리포트를 올리면서 누군가 이걸 돈을 버는데 이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채씨와 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온라인에는 대놓고 ‘리포트 수집 판매’의 요령을 알려주며 ‘사업’을 독려하는 글도 떠돌 정도다.

한 포털사이트의 구직 정보 카페에는 지난 2일 아이디 ‘강박사랑’이 ‘리포트 수집 판매 사업 요령’을 올렸다. 그는 “돌아다니는 한글자료는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자료를 도용한 경우”라며 “대학생들이 리포트를 많이 쓰는 ‘성수기’인 4~6월에 특히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에 유료 판매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중개업’을 하기 때문에 도용에 대한 책임은 등재자에게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한 리포트 유료사이트 관계자는 “100건 가운데 1건 정도가 도용된 문서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실제 작성자가 항의해 밝혀진 사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금까지 리포트 유료사이트 두 곳에서 자신의 리포트가 거래됐다는 박세완(고려대 법대·28)씨는 “사이트 한 곳에 항의를 했지만 ‘소명기간이 지났다’며 아무 보상도 없이 자료만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개 사이트에서 박씨의 문서는 114차례가 거래됐고, 오간 돈은 확인된 것만 28만5천원어치다. 박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문서를 도용한 이를 서울 종암경찰서에 우선 신고했다. 하지만 리포트 등재자가 허위 개인정보로 사이트에 가입했을 경우, 상대방을 찾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현재 리포트 유료 판매사이트는 레포트 월드, 네이버 지식시장, 해피캠퍼스 등 20여곳에 이르며 최대 300만건 이상의 자료를 보유한 곳도 있다.

임인택 기자, 송경화 인턴기자(서울대 지리학과4년)


imit@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