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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6 19:51 수정 : 2006.07.16 20:01

‘국외 한국어 교사 연수회’에 참가한 세계 곳곳의 한국어 교사들이 14일 서울 한 증권회사 연수원에서 잔뜩 주의를 기울인 채 한국역사 강의를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역사·문화강의 등 열기 “이제 말글뿐 아니라 문화도 가르치고 싶어”

29개국서 온 한국어교사 40명 초청연수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한 증권회사 연수원 강의실은 29개국에서 온 한국어 교사 40명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국외 한국어 교사 연수회’ 마지막날 한국역사 수업은 강의 시간 50분이 모자라 쉬는 시간 10분까지 꽉 채웠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손올가(64·여)씨는 “12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면서도 몰랐던 한국 근대사를 조금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글학회는 올해로 10년째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30~40명씩을 국내로 초청해 2주 동안 ‘한국’을 가르친다. 일정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한국어 교육과 역사·문화 강의로 빽빽하다. 주강현 한국민속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상규 국립국어원 원장, 김중섭 경희대 국제교육원장 등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았다.

연수회에서 만난 타네솔 번자례는 네팔의 트리부반대학 국제언어대에서 4년째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4학기인 한국어 과정에 100여명이 다니는데, 대부분이 한국어 관광가이드를 하거나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학생들이라고 소개했다. 교사는 한국국제협력단 자원활동가와 대학에서 월급을 받는 번자례 둘 뿐이다. 네팔 국어교사 출신인 번자례는 1992년부터 3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힌 덕에 네팔에서 한국어 교사까지 하게 됐다. “이번 연수에서 상황에 맞게 한국어를 적절하게 쓰는 법을 많이 익혔다”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정규 과정에 등록하지 않고도 형편에 맞게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한국어 과정이 개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남숙(48)씨는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이름이 알려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수도 아비장에서 ‘아비장 한글학교’ 교사로 일한다. 200명쯤 되는 현지 교민 자녀 22명이 학생이고, 교사는 5명으로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프랑스어권 나라에서 아이들을 한글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단순히 말을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얼을 심어주기 위해서죠.” 토요일마다 3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치고, 인터넷으로 ‘태권무’ 교본을 내려받아서 아이들과 함께 즐긴다고 했다. 재외동포재단한테서 교재와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한국어 학교가 올 1월 현재 2033개에 이른다. 베트남 하노이외국어대 강사인 온 응이엠 프엉 럼(32)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많은데 수준별 한국어반을 개설하지 못해 아쉽다.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경제와 문화도 가르치면 좋겠다”고 했다. 김계곤 한글학회장은 “세계 곳곳의 한국어 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말과 문화를 익히고, 돌아가서 알뜰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수도 아비장에서 ‘아비장 한글학교’ 교사로 일하는 최남숙(48)씨는 “현지 교민들이 아이들을 한글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우리 얼을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네팔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타네솔 번자례는 “이번 연수에서 상황에 맞게 한국어를 쓰는 법을 익혔다”며 네팔 현지에 다양한 한국어 과정이 개설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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