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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풍경 따라간 이야기 보따리, 따스한 할머니 품이 그리워라 은색 오일 파스텔로 긁어서 표현한 비는 시골 동네와 할아버지, 할머니 집 안마당 풍경을 그대로 살려낸다. 할아버지 코에서 삐죽 고개를 내민 흰쥐의 긴 코와 ‘땡그란’ 눈망울은 귀엽다 못해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앙증맞다. 쭈그려 앉아 흰쥐에게 바느질자로 다리를 놓아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할머니가 없는 아이들은 서러워할 만큼 넉넉하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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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 윤미숙(37)씨는 “옛날 할머니랑 살던 느낌을 그대로 떠올리며 작업을 했다”고 했다. 정겨운 옛 풍경을 되살리는 데 힘썼다는 말이다. 특히 바탕에 갈색, 노란색, 검정색, 파란색, 흰색의 한지를 깔아 고풍스러운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옛것의 재현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면마다 다양한 현대적인 기법을 활용해 요즘 아이들에 맞는 활력을 불어 넣는다. 예컨대 한지에 석판 드로잉을 찍은 다음 그 위에 유화나 콜라주 작업을 했다.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캐릭터와 배경으로 등장하는 숲 속의 나무, 한옥 등은 인물과 배경을 더욱 입체적으로 돋보이게 만든다. 판화를 만든 뒤, 거기에서 필요한 부분을 오려서 따붙여서 신비로운 느낌도 한껏 살아난다. 어느 곳에서는 실크로 찍어낸 그림들도 보인다. 윤씨는 이 책을 위해 전남 순천 낙안읍성에 몇달간 머물며 초가집, 논밭, 동산 등 마을을 모습을 몸과 카메라로 일일이 담았다고 한다. 특히 할아버지 콧구멍에서 나와 골목과 논둑, 마을, 산길을 지나 돌담안으로 사라지는 흰쥐의 여정을 흰쥐의 처지에서 그래도 느껴보기 위해 사진기를 아주 낮게 놓고 영화 찍듯이 작업을 했다고 하니 정성이 대단하다. 그러고 보니 윤씨는 지난 <팥죽 할멈과 호랑이>라는 작품으로 ‘볼로냐 북페어’ 라가치상을 받은 실력자다. <흰쥐 이야기>의 메시지는 작고 하찮은 것, 작은 도움과 정성이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책이 주는 풍부한 감정과 정서를 마음으로 음미하기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장철문 글, 윤미숙 그림. 비룡소/9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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