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3 21:28
수정 : 2006.07.24 15:11
생각 키우기 /
인류가 인쇄술을 발명한 뒤, 모든 사람들에게 문자의 세계가 열렸습니다. 문자의 마법을 터득한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고독한 사유 여행입니다. 그러므로 책읽기는 개인적인 사유의 길을 열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쓰였고, 그 책들은 세상을 떠돌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책의 종류만큼이나, 책을 읽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이 태어납니다. 그러므로 책은 사고의 다양성, 개인적인 사유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교육에서는 ‘책의 우상화’, ‘교훈적인 책읽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쓰게 하는 독후감에 책을 읽고 배운 점이 꼭 들어가야만 되는 것처럼 교육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후감 교육을 ‘교훈적 독서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책이 우상화된다면, 그 책은 사유의 독약일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교훈적으로, 무조건 백설 공주를 읽는다면 백인 중심의 세계관과 순종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여성관을 가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를 무비판적으로 읽는다면 ‘성실과 근면’은 무조건 좋은 것이며, 노는 것은 무조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신데렐라를 읽고서 왕자에 의해 인생이 달라지는 여성관, 남성 중심의 인생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위인전에는 꼭 꿈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치 위인은 위인으로 예정되어 특별하게 태어난다고 믿고, 그 위인과 영웅이 존재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수많은 옛이야기와 동화를 읽고서, 아이들은 왜 ‘마녀’는 나오는데 ‘마남’은 없고 남성은 항상 ‘마왕’이 되는지 이해할 수없으며,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와 남성 중심 세계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 중심의 고전과 동화를 읽고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잘 살고,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각의 불꽃이 타오르는 책읽기, 사고력 독서는 자신의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독서입니다. 자신이 이미 경험한 것과 연결한 상상력, 문자로 표현된 의미와 내용을 이미지로 그려내는 사고의 힘, 책 속에 제시된 사건, 장면을 그려내는 힘입니다. 책을 읽는 과정 그 자체, 또는 책을 읽고 나서 반드시 질문, 의문, 궁금함이 생산되는 독서입니다. 그 질문과 의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독서 비평글이 될 것입니다. 줄거리 기억하기, 주제 찾기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사유의 영토를 넓히고, 이 세계에 대한 호기심, 신비함, 놀라움, 그리고 자신이 탐구해야 할 지적인 세계에 대한 키워드를 찾아가는 사유여행이 바로 사고력 독서입니다.
차오름/지혜의숲에포크아카데미 원장, <엄마가 키워주는 굿모닝 초등 사고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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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는 질문들
왜 책은, 문장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가도록 쓰여 있을까요? 내 몸은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일까요? 왜 책 속에는 ‘마녀’는 등장하는데 ‘마남’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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