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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5 17:44 수정 : 2006.07.25 17:44

최근에 아들이 자기 소개서를 썼는데 그 중 일부분 내용이 이렇다.

“저는 마음씨가 약한 편이라서 어려서는 아이들을 때리지도 못했고 욕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얻어맞았지만 중학교에 와서는 좀 노는 친구를 만나서 욕도 5문장에 1번 나옵니다. 친구도 막 때립니다. 이제는 그런 것이 완전히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또래에게는 욕을 안 하다가 그 아이가 나랑 힘이 비슷하면 욕도 합니다.”

참.. 내가 미칠 노릇이다.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 최근에 겪은 일이다.


시장에 가는데 여고생 3명이 지나가고 있었다. 내 딸이 다니는 여고인데 한 3학년 정도로 보였다. 왜냐하면 교복의 조끼를 다 풀어헤치고 교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1학년부터 워낙 딱 맞게 교복을 맞춰 입으니 고 3이 되면 단추가 여며지지 않는다. 나는 범생이적 사고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보기가 싫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런데 교복은 약과였다. 그 여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소문으로만 듣던 존나시스터스(^^)의 스턀이였던 것이다.

여학생 1 : 아~~~ 진짜 존나 짱나..

여학생 2 : 걔 진짜 존나 삐져서 존나 울더라..

여학생 3 : 정말 존나 재수없어...

나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을 지나가듯이 슬쩍 쳐다보았다. 아주 슬쩍.... 약간은 불량스런 멀쩡한 여학생들이지 뭐 달리 얼굴이 별 다르겠는가? 내 딸 말을 들어보면 욕 안하는 애들 거의 없다고 하는데 그런데 그 여학생들은 존나라는 말의 뿌리를 과연 알고 있을까?

하긴 나도 몇 달 전에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 단 댓글에서 한심한 ×, 빨갱이 소리 들어도 싼 × 이런 식의 욕을 들은 적도 있다. 그분은 어른이지 청소년은 아니었다. 자신과 조금이라고 생각이 다르거나 추구하는 바가 다르면 거침없이 욕이 바로 나오는 어른들도 있으니 어른들도 욕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순 없다.

■ 작년에 욕설에 관해서..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딸과 여자조카와 아들이 같이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에서 계속 좀 험한 욕설이 나왔다.

* 나 왈 : 저렇게 꼭 욕을 써야 하나?

* 딸 왈 : 엄마 요새 애들 다 욕 해..... 안하는 애 없어....

* 나 왈 : (셋을 번갈아 보면서) 너희들도 친구들하고 말하면서 욕하니?

* 딸 왈 : 엄마... 우리들은 욕 안할 거라는 기대를 버려.....

* 나 왈 : (놀래서 딸을 지목하며) 너도 욕하니?

* 딸 왈 : 엄마~~~나는 안해. 해본 적 없어(믿어도 되는지 모르지만 믿고 있음)

* 나 왈 : 그럼 너는 됐고. 담(조카)이 너는?

* 조카왈 : 저도 욕해본 적 없어요.(야는 믿어도 됨. 아직 너무 순진해서)

* 나 왈 : 그럼 욱(아들)이 너는?

* 아들왈 : 나는 가끔... 욕해.

* 딸 왈 : (동생을 거들면서) 엄마...요새 남자애들 욕 안하면 우습게 봐.... 엄마가 몰라서 그렇지 중학교 남자애들이 얼마나 이상한데. 하루 종일 시끄럽게 욕하고 치고 받고... 다음 날에는 또 놀고.... 중학교 애들 거의 다 그래.

* 나 왈 : 그래? 그럼 욱이 무슨 욕 쓰는데.

* 아들왈 : (우리 아들 좀 순진합니다. 누나가 역성을 들어주니까 지가 해본 욕 다 분다 ^^) 니 바보냐? 병신, 또라이, 개눔, 개×끼, .미친×, C8놈(자신도 젤 나쁜 욕 인지 아는지.. 크게 싸울 때라고 한정함), 싸려(꺼져란 뜻이라고 함) 훗(Fuck를 말하는 듯), 즐(여러분도 다 아는 욕, KIN).

* 우리모두 : (놀래서) 많이 쓰네.

* 조카왈 : 근데. 이모. 우리 반에는 자기 엄마에게 막 욕하는 애도 있어요. C8×이라고..

* 나 왈 : ( 너무 놀라서) 설마 그럴 리가.

* 조카왈 : 진짜에요. 막 C팔년이 뭣도 안 해준다. 그×이 내 싸대기 때렸다..이렇게 말해요.

* 딸 왈 : 엄마. 진짜 그래. 우리 반에도 친구들 앞에서 자기 엄마 욕하는 애 있어.

* 나 왈 : 세상에~~~ 개네 엄마가 그걸 알면 얼마나 놀랄까. 아니 도대체 왜 욕을 한대?

* 딸 왈 : 엄마가 해달라는 것 안 해줬다고 그러지 뭐... 엄마랑 사이가 나쁘긴 한데. 튀어 보려고 그러는 것도 있는 것 같아.

* 조카왈 : 맞아요. 담배피고 노는 날라리 애들이 그래요. 괜히 척해 보이려고

* 나 왈 : 진짜 그건 너무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아무리 엄마가 잘못했다고 쳐도...(모두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아들이 욕하는 것이 싫었다. 특히 C8놈은 정말 싫었다. 헌데 딸은 [남자들 세계는 정말 여자들하고 다르다면서.... 욕을 쓸 때는 써야..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좀 억지지만 욕설에 대하여 교육을 시켜주어야 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 나 왈 : 욱아 욕은 물론 다 나쁜 것이지만 욕 중에서도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욕이 있어. 예를 들면 너 C8놈이 무슨 뜻인지 아니? 그리고 조까라라는 욕은 안쓰니?

* 아들 왈 : 조까라는 안 쓰는데. 그게 무슨 욕인데?

나는 두 욕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다행히 가정시간에 여성과 남성의 신체구조의 차이를 열심히 비교하면서 배우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쉽게 이해했다. 또 Fuck you(차마 뜻은 말해주지 못하고 위 두 욕보다 더 나쁘다는 욕이라고 했다. 아이는 어색한 듯 입이 삐뚜러지게 웃으면서 그런 욕은 안 쓰겠다고 약속했다.

아이에게 만약 너무 화가 나서 욕이 쓰고 싶으면 위와 같이 성기를 비유한 욕은 사용하지 말고 병-신.. 바-보.. 미친×.... 이런 욕을 쓰라고 했다. 무시당한다 해서 “참아라” 소리는 못하고 욕을 쓰라고 했으니 정녕 교육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지금 생각하니 무척 잘못한 것 같다.

■ 예전에도 한번 욕설의 의미에 대하여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6년 전 큰아이 선생님의 거절할 수 없는 강요에 의하여 초등학교 6학년생의 집단상담 자원봉사로 2년 간 투입된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상담으로.... 자원봉사자가 학생을 10명 내외의 그룹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 4회 정도 집단상담을 이끌어 가는 것이었다.

내용은 [별칭짓기] [자기의 꿈 발표하기]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이야기 해보기] [나의 장단점 말해보기] [나는 누구인가.. 생각해보기 ] [연상화 그리기] 등을 통하여 자신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자기를 아이들에게 공개하여 서로 친근감을 갖게 함과 동시에 서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타인을 받아들이고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이였다.

프로그램은 별 문제없이 아이들은 수업을 한 시간 빠진다는 즐거움으로... 또 자기 속 마음을 이야기 하는 즐거움으로.... 재미나게 이루어졌다.

헌데 내가 충격을 먹은 것은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친 욕들이었다. 그 당시 Fuck You가 유행했는지.... 여자아이들도 입에서도 거침없이 그 욕이 터져 나왔다. 남자아이들이 뭐라고 짓궂게 하면... Fuck you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다.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담임선생님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는지 아이들이 전혀 경계심 없이... 그냥 막 쓰는 것이었다.

정말 어른으로서 그냥 듣고 있기가 뭐했다. 그래서 Fuck You의 의미와. C8의 의미 좇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욕을 쓰는 아이들 중 그런 욕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설명을 듣고는 놀라서 몹시 부끄러워했다. 또 자기들끼리 욕 안 쓰겠다고.... 서약서를 작성도 했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는 내가 상담한 아이들에게는 꼭 마지막 시간에 욕설의 종류와 그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었다.

■ 가정에서 욕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그 뜻을 알려준다면......

버스에서, 전철에서, 길거리에서..... 우리는 청소년들의 욕의 홍수 속에서 산다. 사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어른이 개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굉장히 용기가 필요하다.

친구 중에 바른생활을 모토로 사는 한명은 욕설을 하면서 서로 싸우는 초등학생들에게 개입했다가 한 학생으로부터 C8년이란 소리를 듣고 너무 분해서 눈물까지 흘렸단다.

나도 전철에서 한 번 개입해봤다. 여중생들이였는데 하도 존나, 열나를 열심히 사용해서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예쁜 여학생들이 말도 예쁘게 하면 참 좋겠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최대한 친절을 가장해고 말을 해서 그런지 욕은 듣지 않았고 여학생들이 서로 말은 조심하는 듯 했지만 “ 죄송합니다” 라던가 “ 조심할게요” 라던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물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요즘 어른들도 청소년을 어려워하여 욕설을 섞어 말하는 그들에게 개입한다는 것이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니다. 내 자식만 잘 키우면 되지 뭐 내 자식은 저렇게 하지 않겠지 라는 오만에 가까운 생각을 하면서 개입하지 못하는 찔리는 양심에 위로를 주어봐도 마음은 편치 못하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내뱉는 욕설들의 의미를 자기 자식들에게라도 적나라하게 알려준다면 혹시 청소년들이 부끄러워하며 욕을 덜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용기를 내어 욕설을 섞어 말하는 내 주변의 다른 청소년들에게 그 의미를 알려준다면 고등학생들 대학생들이야 너무 머리가 커서 그렇게 설명을 하기가 부담이 된다 하면 아직 푸릇푸릇한 초등학생들 중학생들에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음... 욕설의 의미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어디에 있겠느냐고요? 다 알면서 쓰는 거라고요? 정말 그 의미를 다 알고 입에서 퐁퐁 나오는 걸까요?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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