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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 교육위원선거 제2선거구 소견발표회장. 썰렁한 행사장에서 한 참석자가 후보자들의 공약을 듣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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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교총 힘겨루기속 학연·지연 밀어주기…
학운위원들 “공약은 뒷전 그들만의 잔치” 분통
오는 31일 울산과 제주를 뺀 전국 시·도 14곳에서 치러지는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전국 선거구 53곳 가운데 42곳에 이른바 ‘후보 단일화’를 통해 한 명씩 후보를 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공식적으로 ‘단일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서도 회원들끼리 선거구별로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
그러나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도 정작 선거인단인 학교운영위원들은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교육계의 국회의원’ 구실을 하는 각 지역 교육의회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데도, 학부모들은 배제된 채 교원들끼리 ‘그들만의 잔치’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민회관에서 열린 서울 교육위원선거 제3 선거구 소견발표장. 학부모 윤아무개씨는 “ㅎ 후보가 소견발표 도중 ‘내가 교장단이 미는 단일 후보니까 나를 밀어달라. 저 후보는 단일화 약속을 깨고 나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공약이 뭔지도 모르는데 ‘후보 단일화’ 운운하며 찍어달라고 하니 기가 막히더라고요.”
한국교총은 공식적으로는 “회원들 사이에 반발이 심해 ‘교총 후보’를 내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회원들끼리 ‘한 선거구에 초등 1명, 중등 1명’ 식으로 ‘될 사람을 밀어주자’며 표 단속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이미 학교별로 학교장의 학연·지연에 따라 어느 후보를 밀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전국 지부를 중심으로 투표를 거쳐 42곳에 ‘전교조’ 이름을 걸고 추천 후보를 냈다. 서울지역 선거구 7곳 가운데 두 곳은 참교육학부모회와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출신 후보를 추천했다. 전교조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조직을 동원해 ‘고정표 굳히기’에 힘쓰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는 한 중학교 교감이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투표를 안 하면 전교조가 당선되고, 그러면 교육이 망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전교조 쪽이 선관위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선거가 이렇게 두 교원 조직의 힘겨루기로 치닫는 사이 학부모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대구에서 출마한 문혜선(46·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장)씨는 “조직을 앞세운 후보들은 알음알음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은 이름을 알릴 기회조차 없다”며 “학부모들은 선거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이에 교육계의 인맥을 등에 업은 교원들끼리 교육위원 자리를 나눠먹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위원은 교육계의 국회의원 격으로, 집행기관인 교육감 등의 행정사무를 감시·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학교운영위원들의 선거로 선출되며, 4년 연임제다. 올해 처음 유급제로 전환돼 시·도별로 2400만~5800만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박주희 최현준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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