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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한 학교운영위원인 ㅈ씨가 지난 16일 받은 핸드폰 문자메세지. ㅈ씨는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하루 서너통씩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세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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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홈페이지엔 간단한 이력만 ‘달랑’
불법선거도 적발 어려워…“직선제 바꿔야”
말많은 ‘교육위원 선거’ 문제 뭔가
26일 오후 교육위원 선거 서울 제2선거구 소견발표회가 열린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이 지역 유권자는 1500명 남짓인데 200여명이 참관했다. 상당수 참석자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동원된 청중’인 듯 특정 후보 연설 때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발표회장에는 후보들의 사진이나 기본 정보를 담은 벽보는커녕 홍보물 한 장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선거공보도 못 받아”=각 지역 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도 교육위원 후보들의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원 선거 홈페이지에는 후보자의 기초정보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공약, 납세실적까지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위원 선거 안내란에는 사진·이름·주소·학력·경력 등만 간단히 적혀 있다. 교육위원 선거는 공보와 선관위 주최 소견발표회 두 차례와 언론기관 대담토론회를 뺀 선거운동은 전부 금지돼 있다.
윤아무개(36·서울 마포지역 초등 학부모위원)씨는 “여태 선거 공보도 못 받아 봐서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도 모른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서울 서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 쪽은 “법적으로 25일까지 공보를 발송하도록 돼 있어 아직 배달이 안 돼 못 받은 유권자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에서 학교로부터 학운위원들의 전자메일 주소를 받아 전자메일로 선거 홍보물을 보내기도 하지만, 전자메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나 지역위원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끼리끼리 선거, 불법도 쉬쉬=교육위원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갖가지 불법 선거운동 사례들이 선관위에 신고돼 검찰에 고발되거나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의 한 후보는 유명 가수를 불러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거나, 유명 정치인의 부인까지 동원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불법 선거운동 의심이 드는 모임 참석자들이 대부분 교육계 안에서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힌 사이라서 상황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불법이지만 후보들이 지지를 호소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도 교육계 인맥을 활용해 선거인단인 각 학교 학운위원들의 전화번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재갑 한국교직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유권자들이 한정돼 있는데다 평소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불법 선거운동이 있어도 ‘쉬쉬’하면서 덮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간접선거 방식에서 불법·과열선거가 될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교육위원, 다음에는 직선 뽑나?=간선으로 치러지는 교육위원 선거가 △유권자들의 무관심 △불법·과열 △선거인단(학운위원)의 대표성 등이 문제가 되자 직접선거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교육상임위원회를 두고 있는 제주도만 지난 5·31 지방선거 때 직선을 거쳐 ‘교육의원’ 5명을 뽑은 상태다. 김경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현직 교원은 사표를 내고 출마를 하기 때문에 교원 참여가 제한됐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일반 지방의원 선거로만 쏠려 정책선거는 뒷전으로 밀렸다”며 “반면에 도의회에 교육상임위로 흡수되면서 교육 현안에 대한 결정권한은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여야 간사 합의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전제한 직선제 전환’을 뼈대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으나 상임위에서 심의되지 못했다. 논란이 되는 교육위원회의 위상은 국회 법사위에서 결정하기로 해둔 상태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교육위원마저 정치권에 줄을 세우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고,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 아래에 두는 방안도 교육자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주희 최현준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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