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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안 올 때 논에 물을 퍼널기 위한 기구인 ‘용두레’를 아이들이 직접 다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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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황청리‘용두레’ 민속마을
테마별로 떠나는 체험학습 농촌은 우리 민족의 근본이자 뿌리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 역시 농촌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자란지라 아이를 희멀건 도시 아이로만 키우는 게 늘 어딘가 꺼림칙했다. 방학 중에 서너 개의 캠프를 가볼 계획을 세웠는데, 농촌체험을 가장 먼저 가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박물관과 함께 하는 민속마을 여행’에 당첨돼 지난 25~26일 강화도 내가면 황청리 용두레마을로 1박2일 체험을 다녀왔다. ● 용두레 마을 미리 알아보기 = 농촌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게 부모 마음이지만 아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저 마음 한 켠의 농촌에 대한 작은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발 전날밤 용두레 마을 홈페이지(yongdure.go2vil.org)에 들어가 그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살펴보며 아이의 기대감을 높이는 것으로 사전준비를 때웠다. 용두레 마을은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며, 친환경 쌀밥, 망둥어와 밴댕이, 상수리묵 등 전통 먹거리가 풍부한 전형적인 농촌 마을. 덕분에 2003년 농촌테마마을로 지정됐고, 연간 6천여명의 관광객이 테마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 물총 놀이, 갯벌 체험… 짧기만 한 이틀 = 오전 8시 넘어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11시께 용두레마을에 도착했다. 배광혁(56) 이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들이 손을 흔들어 반겨줘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열무김치와 잡채, 무국 등으로 차린 시골 밥상으로 점심을 때운 뒤, 용두레 노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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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터에서 신나게 물총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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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두~울에 물올라간다/서~이 너~이 물올라간다” ‘구성지다’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몸이 절래절래 움직였다. 노래 배우기에 이어 직접 용두레 체험에 나섰다. 작은 배처럼 생긴 용두레 한 쪽 끝을 잡고 밀 때마다 물이 논으로 옮겨지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신났다. 아무리 설명해도 벼농사가 전부였던 시절 날밤 새며 물을 퍼야 했던 옛 농부들의 심정을 알 리야 없겠지만, 농사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체감했다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었다. ‘용두레질’이 싫증날 무렵 주최쪽은 물총 만들기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미리 준비해온 대나무와 천, 고무줄을 나눠주고 시범을 보인 뒤 직접 대나무 물총을 만들어 보도록 했다. 아이는 “물총은 돈 주고 사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이걸 만들 수 있지?” 하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물총이 다 만들어졌다. 다음은? 예상대로 전쟁이었다. 이름하여 ‘물총 전쟁’. 마당을 둘러싸고 물총놀이를 즐기고 있는 자식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얼굴마다 흐뭇한 미소가 한 아름씩 묻어났다. 그러니 그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은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을까? 이럴 땐 어른이라는 사실이 못마땅하다. 우유와 과자, 빵이 아닌 용두레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감자와 옥수수로 맛있는 간식을 먹고 이번에는 황토 염색에 도전했다. 나눠준 하얀 천 여기저기를 고무줄로 묶고 황토물에 20분 정도 주물주물 해댔다. 손도 허리도 아팠지만 고무줄을 풀고 손수건을 펼쳤을 때 나타난 별, 물방울, 줄무늬 등 갖가지 문양을 보며 아이들은 “멋지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식사 시간. 순무김치 반찬에 먹는 카레밥은 또다른 별미였다. 좀 쉴까 했더니 또 놀잔다. 이번엔 강강술래. 나눠준 유인물을 보니 강강술래 노래가 무려 9가지! 남생이 놀음. 청어 엮기, 고사리 꺾기, 멍석말이, 밭갈이 가세, 대문 열기, 꼬리 따기…. 진양조, 자진모리, 중모리, 휘모리 등 느리고 빠른 장단에 맞춰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다 보니 근심걱정이 모두 사라진 듯 했다. 각자 민박집으로 흩어져 잠을 청했는데 정말이지 ‘맛있게’ 잘 잤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나서 전날 놀았던 동네 공터에 다시 모였다. 농촌의 하루와 갯벌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밀대로 여치집을 만들었다. 금빛 밀대를 꼬고 접고 하는 아이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30여분을 쭈그리고 앉아 고생한 결과 벌집처럼 멋들어진 모양의 여치집이 탄생했다. 집에는 이미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러다 우리 집이 동물 농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후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갯벌 체험 시간. 아쿠아 신발로 갈아 신고 모종삽을 들고 갯벌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소풍가는 풍경과 흡사하다. 하긴 이게 소풍이 아니고 뭐랴. 갯벌에 도착하자 일제히 뛴다. 그리곤 죄다 파 제낀다. 뭐가 나올까? 어른들은 이게 궁금했지만 아이들은 뭐가 나오든 말든 그저 열심히 파는 일에만 열중이다. 물때를 잘못 맞췄는지 조개는 별로 안보이고 게들만 왔다리갔다리 했다. 게 다섯 마리를 잡은 아이 왈. “엄마, 오늘 저녁 꽃게탕 끓여줘요.” “?!?!”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이가 한마디를 툭 건넨다. “다음 캠프는 언제야?” “강화도 또 올거야?” ● 디카 사진 빼고, 그림일기 쓰고 = 캠프 활동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그림일기로 남겨 놓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파일로만 남겨두지 말고 근처 사진관 등에 맡겨 종이 사진으로 빼서 사진첩에 한 장 한 장 끼우면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를 되돌아보면 될 것 같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라면 농촌의 삶이나 농업에 대한 책을 한 두 권 찾아서 읽게 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 팜스테이 어떻게 하나 농림부(maf.go.kr)나 농촌진흥청 홈페이지(rda.go.kr)에 가서 검색창에 농촌체험마을이라고 치면 전국의 팜스테이 마을 명단이 뜬다. 지역별로 나와 있기 때문에 적절한 마을을 찾아서 클릭하면 그 마을에 대한 정보와 체험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한 뒤 찾아가면 된다. 글·사진 윤현주/나들이 칼럼니스트 why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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