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6 18:56
수정 : 2006.08.06 18:58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환경을 보호하고, 동식물을 소중히 여기고, 그래서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어른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어 한다. 환경동화, 생태동화로 구분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다루는 주제가 도덕적이라거나 정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권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이 ‘동화’인 이상 동화로서의 요건을 충실히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솜씨 있는 문장, 짜임새 있는 구성, 생동감 있는 캐릭터 등등. 거기에 그 이야기가 대상으로 다루는 동식물이 존재 이유가 확실히 있는 우리의 이웃으로 부각되고, 그 삶의 방식이 독자의 찬탄과 경외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삶이 아름답고 엄숙함을 일깨워주는 일이 환경동화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야생동물 구조대>는 그런 목표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야생동물 구조대’라는 단체의 활약상을 전해 주지만,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보고를 넘어선다. 구조대원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에 담긴 동물들의 안타까운 위기 상황과 그들을 살려내려 애쓰는 사람들의 슬픔, 분노, 보람, 기쁨 등의 감정이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밀도 높으면서도 깔끔하고 부드러운 문장 덕분이다. 주인공인 산이와 그 식구들, 정신지체아지만 산속의 생명들과는 놀라운 교감을 하는 구만이 같은 살아 있는 인물들도 좋다. 폭설에 갇힌 산속 작은 마을, 밀렵꾼들과의 팽팽한 대결, 죽어가는 고라니 살려내기, 덫에 치이는 아이 같은 에피소드들도 적시에 긴장감을 만들어내어 동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자연스레 스며 나와 있다. 덕분에 동물 보호 메시지를 직접 풀어내는 설교투 대사가 몇 군데 길게 있는 흠은 아쉬운 대로 덮어진다.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사람을 완전히 친구로 여겨 놓여나는 날 바다로 함께 가자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졸라대는 물개를 보면서 그득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다면, 너무 엄하게 적응 훈련을 시키다 오히려 죽게 만든 수달을 껴안고 하염없이 우는 구조대원을 보면서 함께 눈물지을 수 있다면, 아이들은 책읽기의 즐거움과 의미를 스스로 한 겹 더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조호상 지음. 사계절/7천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sjchla@hanmail.net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