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6 18:58
수정 : 2006.08.07 13:33
헤밍웨이 수학동화
올챙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기차가 되어 칙칙폭폭 앞으로 나아간다. 이번에 서로 엉겨 붙어서 포도송이가 된다. 먹음직스럽다. 갑자기 돌기 시작한다. 빙글빙글. 올챙이들이 순식간에 소용돌이가 된다.(<혼자서는 심심해>)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잘못 맞춰져 일부만 나왔다. 발, 배, 귀. 꼬리, 머리 등. 일부만 나온 사진을 갖고 사진 주인을 찾아 나선다. 그러고 보니 호랑이 발, 멧돼지 배, 다람쥐 귀, 사슴 꼬리, 곰 머리였다. (<누구의 사진일까요?>)
‘헤밍웨이 수학동화’ 시리즈(전 68권)는 달고 있는 제목과 달리 재미있는 이야기책 같다. 수학동화라서 수가 잔뜩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보는 내내 즐겁게, 낄낄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는 수학이 절묘하게 숨어 있다. 수와 셈은 물론이고 분류, 비교와 측정, 도형, 공간, 규칙 등 수학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들이 담겨 있다. 수학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되, 일상생활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서 수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가령 사물의 일부만을 보고 전체 모양을 추론해 본다든지, 여러 물건을 형태별로 구분해 본다든지, 어떤 일들이 벌어진 순서를 정리한다든지 하는 얘기들이 재미있는 이야기에 녹아 있는 것이다. <둘이서 둘이서>의 김복태, <엄마, 우리 엄마> 시리즈의 이형진, <아주 아주 작은 손님>의 나애경 등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50여명이 참여해 그린 입체적인 그림들은 동화를 읽는 재미를 더욱 부추긴다.
유아 시기부터 학습지 중심으로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선행학습시킨 부모들은 이런 구성이 썩 낯설 게 분명하다. 대부분의 학습지는 덧셈, 뺄셈 등 수와 연산 중심으로 하는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이런 방식에 적응하다 보면 정작 학교에 들어갔을 때 오히려 수학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서울교육대 강완 교수(수학교육과)도 “상징적인 숫자를 조작해 문제를 잘 푸는 것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서 수학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수학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시리즈의 전체 구성을 보면 나이대별로 1단계(만 3~4세), 2단계(만 4~5세), 3단계(만 5~6세) 등으로 나뉘고, 각 단계마다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주제와 동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책마다 끝부분에는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서 수학개념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알아보는 몇 가지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본문의 주제와 핵심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돼 있고, 몸짓, 손짓, 흉내내기 등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본문의 내용을 재미있는 놀이로 복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놀이책 6권과 워크북 8권이 부록으로 포함돼 있다. 한국헤밍웨이/전 68권 6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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