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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6 19:07 수정 : 2006.08.07 13:37

아이스크림 없이도 여름 날 수 있다구

박슬비/여수여중 3학년

“야호! 신나는 7월이다.”

7월이 시작되는 첫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 말을 외치고 있었다. 사실 나의 여름은 해마다 똑같았다. 지긋지긋한 장마와 참을 수 없는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보내는 여름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올 여름은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여름이다. 나는 나 자신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많이 놀라고 있다.

여름에는 사람들의 옷 길이가 짧아진다. 시원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름이 매우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옷이 짧아지고 얇아지는 것이 몹시 부담스럽다. 나의 굵디굵은 팔뚝과 나올 데까지 다 나온 뱃살에 대해 주위 사람들의 놀림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슬비야, 우리 운동 좀 같이 하자. 혼자 하기는 좀 그렇더라고, 호호.”


애기 낳고 살이 쪘다는 옆집 아줌마의 지키지도 않을 계획.

“너는 나와 반대로 여름이 정말 싫겠다. 힘내!”

공주병 말기 환자인 새침떼기 짝궁의 격려 아닌 격려.

작년에 산 옷들이 하나도 맞지 않아 올해도 어김없이 옷 타령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다이어트를 시도해 본 적도 없고 시도하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여름에 대해 나쁜 감정만 쌓아가고 있었다.

하루는 퇴근하고 돌아오시는 엄마의 왼손에 검은 비닐 봉지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다린 만큼 실망이 컸다. 내가 미처 묻기도 전에 엄마는 나의 실망을 곱절로 만드는 말씀을 하셨다. 엄마의 엄숙한 표정은 ‘이것은 변명이 아니라 심각하고 중대한 결정이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엄마가 매일 사오던 아이스크림, 어제가 끝이다. 우리 식구, 절제 해야지. 아이스크림이 가장 살 많이 찐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

나는 그 순간 울고 싶었다. 이제 그 맛난 아이스크림들 없이 어떻게 여름을 견딜지 막막했다. 엄마도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은근히 무언가 심심해 하시는 눈치셨다. 괜히 안 하던 냉동실 청소를 하시고, 얼음을 꺼내서 드시기도 하였다. 나는 그동안 여름을 아이스크림 먹는 재미에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엄마의 손에는 여느 때와 같이 아이스크림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가 있었다. 난 아이스크림이 정말 먹고 싶었지만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고 결국 먹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결심은 지금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제 나에겐 ‘인내심’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예전처럼 이 음식, 저 음식 다 먹던 박슬비가 아니다. 쉬지 않고 쭉쭉 빨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쳐 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이라 날씨가 덥기 때문에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나 자신을 타이르며 오늘도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나는 이런 나의 변화가 ‘살을 빼자’는 욕심에서 시작됐다고 생각지 않는다. 참고 견디는 인내, 이런 마음가짐을 통한 자기 성찰이 밑바탕이 된 것 같다. 인내를 배우고 실천하는 나에게 이 여름은 정말 색다른 여름이다. 누구도 느낄 수 없는 나만의 여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자신을 아름다운 눈길로 바라보는 긍정의 힘

다이어트에 얽힌 소박한 일화이다. 아이스크림에 중독된 듯이 날마다 먹고 살았던 일상을 소개하고, 그것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서운함과 갈등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글쓴이가 그 과정에서 인내를 배우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는 자기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다.

김미순/ 전남국어교사모임. 여수여자중학교 교사 jagun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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