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6 19:09
수정 : 2006.08.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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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7일부터 2박3일 동안 천안 상명대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문화 창작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기획, 영상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수업을 들으며 문화콘텐츠 페스티벌에 출품할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청소년문화콘텐츠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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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기술’ 익힌 뒤 자신만의 작품 제작
“공통 관심사 이야기하고 함께 배우니 신이 절로”
청소년 창작 캠프 현장
“숲 속 호수에 물고기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새처럼 날고 싶었던 물고기는 책을 보고 나는 법을 배운 뒤 호수에 흩어져있는 새의 깃털을 주워모아 날개를 만들었다. 실패를 거듭하던 어느날, 물고기는 결국 하늘을 날게 됐다. 그러나 물고기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다른 새의 먹이가 되어 날고 있다는 사실을.”
춘천실업고교 2학년 안소정, 이은미, 강혜수 양이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다. 모름지기 청운의 뜻을 품은 청소년이라면 ‘노력하는 자에게는 마땅한 보상이 따른다’는 낙관적 세계관을 가질만도 한데, 안 양의 작품은 슬프고 비극적인 유머로 반짝거린다. 옆자리 손형규 군(대구 오성고교 3학년)은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몸집이 큰 회사 상관에게 혼이 나고 아이들에게 시달리며 눈물을 흘리는, 자그마한 아버지다. 손 군은 “아버지의 모습을 느낀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이 세상의 다양한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해 감각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는 사실은 종종 잊는다. 지난 7월27일부터 2박3일 동안 천안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에서 열린 ‘청소년 문화 창작캠프’는 자신과 세계를 표현하는 아이들의 빛나는 재능과 열정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총 66명의 중고생이 참가한 이 캠프는 한겨레신문사와 문화콘텐츠 진흥원, 상명대학이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 일 년 동안 진행되는 ‘청소년 문화콘텐츠 창작 페스티벌’의 일부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창작할 작품의 기획안과 캐릭터, 스토리보드 등을 주최쪽에 제출하고, 1차 심사를 거쳐 ‘뽑힌’ 아이들이다. 이번 캠프기간 동안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자신이 기획한 작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이론’과 ‘기술’을 배우고, 각자 작품을 완성해 2차 심사를 받게 된다. 게임 기획반을 담당한 서울디지털대 이춘호 교수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자유자재로 창작할 수 있는 재능있는 학생들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캠프를 통해 한차원 높은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만화반에서는 네모난 종이를 여러개의 네모로 나누고, 익숙한 솜씨로 빈 칸을 채워나가는 아이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게임 기획반에서는 자기가 기획한 게임이 다른 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한창이었다. 세계의 역사·문화 탐방을 소재로 한 ‘고고학자 게임’, 증거를 찾아 범인을 잡는 ‘추리 게임’, 대륙을 호령하는 무사들이 대거 등장하는 ‘삼국지 게임’ 등 아이들이 만들려는 게임은 소재와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 영상반에서는 휴먼다큐멘터리 작가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5명의 아이들이 다큐멘터리 작가인 박정환 감독에게 촬영 ‘비법’을 전수받았다. 박 감독은 “학생들이라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치려 했는데, 아이들이 이미 촬영 기법이나 영화의 역사 등 각종 ‘이론’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곧장 응용할 수 있는 기법을 위주로 수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반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다듬고, 움직임을 보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그래픽 기법들을 익히느라 밤늦도록 컴퓨터와 씨름했다. 기자반 아이들은 각 반의 수업 시간과 학생들 이야기를 취재해 광고와 칼럼, 논설 등으로 제법 모양새를 갖춘 캠프 신문을 만들었다. 영상반 오미나 양(한국애니메이션고 2학년)은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궁금한 점을 이야기하고 함께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캠프를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이 제출안 기획안에 따라 작품을 완성해 9월에 열리는 2차 심사를 받게 된다. 주최쪽은 부문을 막론하고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보인 학생에게 대상(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여하고, 각 부문 우수작도 시상할 계획이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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