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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6 19:37 수정 : 2006.08.07 13:39

논리로 배우는 수학

도심의 길을 걷다보면 상가 곳곳에 붙어 있는 할인 광고문이 요란하다. 백화점에서 세일을 할 때에도 그 할인 폭은 소비자들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작게는 20~30%에서 크게는 70~80%에 이르는 할인 품목을 꼼꼼히 살펴보아 긴 안목에서 이 세일 기간을 이용하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물건 가격에 대한 할인율이 크고 많은 것을 선호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할인율에 대한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짐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고속열차 케이티엑스(KTX)를 보자. 철도회원인 경우는 운임의 5%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역방향 자리인 경우는 5%, 그리고 자동 발매기를 이용할 경우 1%를 추가로 할인 받을 수 있다. 이 때 이 사람은 이들 할인율을 그대로 더한 11%를 할인 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계산법을 알아야 속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 계산할까?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경우 10만 원이 든다고 하자. 11%를 할인 받으면 11,000원을 제외한 89,000원을 내면 될 것 같지만 자동 발매기에서 요구하는 돈은 이보다 많다. 왜 그런지를 계산해 보자. 철도회원은 5%를 할인을 받으니 5,000원이 작은 95,000원이 된다. 여기서 역방향 자리를 사게 되면 이 가격의 5%를 할인 받으니 4,750원이 작은 90,250원이 된다. 그리고 자동 발매기 할인 1%는 바로 이 가격의 1%인 900원으로 계산되어 실제 가격은 89,350원이 된다. 즉, 생각한 것보다 350원이 더 필요하다. 철도청은 이런 계산법으로 적용하지만 그 계산법을 모르는 시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단지 그 계산법을 잘 모른 죄가 있다고나 할까.

여기에 얽힌 수학적 구조를 살펴보자. 처음 할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 다음부터 붙은 할인은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위의 계산을 식으로 만들기 위해 처음 요금을 a원이라고 하자. 철도회원은 5% 할인 받으니 이 가격은 a-a×0.05 = a(1-0.05)이다. 그리고 역방향 좌석은 이 값의 5%를 할인 받으니 그 가격은

a(1-0.05) - a(1-0.05)×0.05 = a(1-0.05)(1-0.05)

마지막으로 자동 발매기의 1%를 할인 받은 가격을 마찬가지로 계산하면


a(1-0.05)(1-0.05)(1-0.01) = a×0.893475

즉, 할인율은 11%가 아니라 약 10.65%이다. 이것은 할인 카드를 이용할 때 더욱 큰 계산 차이가 난다. 30%짜리 할인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역방향 좌석표(5%)를 자동 발매기(1%)에서 샀다고 하면 이들의 단순한 합인 36%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즉,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보통 요금 10만원에서 36%를 할인 받아 64,000원만 내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자동 발매기에서 계산된 요금은 이보다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계산을 해보자. 10만원에서 30%를 할인하면 70,000원이 되고 여기에 5%는 3,500원이므로 66,500원, 그리고 1%는 665원이므로 65,835원이다. 무려 1,835원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또 하나 의문이 생겼다. 할인하는 계산 순서를 달리하면 요금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즉, 5%를 먼저 받고 그 다음 1%까지 받은 다음에 30%를 할인하면 아까의 경우와 얼마의 차이가 나며, 어떤 경우가 더 요금이 작아질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얼마든지 착각을 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것은 원래의 요금이 a원이라면 할인된 결과의 식이 a(1-0.30)(1-0.05)(1-0.01)이 될 것이고 이들 괄호끼리 서로 바꿔도 곱셈에 대한 교환법칙이 성립하므로 그 결과는 같다는 것을 초등학생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같은 동네에 있는 어떤 두 가게 A, B에서 똑같은 가격으로 파는 물건을 A는 처음에 10%를 할인하다가 나중에 20%를 추가로 할인했고, B는 처음에 20%를 할인하다가 나중에 추가로 10%를 할인했다면 두 가게의 물건값은 똑같다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 다음 고민할 문제는 똑같은 비율을 올렸다가 내리는 경우이다. 똑같은 물건에 대하여 다음 두 가지 경우의 결과는 어떨까?

(i) 처음에 10% 내렸다가 다시 10%를 올린 경우

(ii) 처음에 10%을 올렸다가 다시 10%를 내린 경우

이것도 역시 상식적으로 여러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그 고민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i)과 (ii) 중에서 어떤 가격이 클 것인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결과는 처음 가격과 같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첫째 고민의 답은 두 결과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처음 가격에 두 값 (1-0.1), (1+0.1)을 서로 반대로 곱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처음 가격보다 많아질까? 아니면 작아질까? 하는 두 번째 고민의 결과는 놀랍게도 두 경우 모두 작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위의 두 값을 곱하면 1-0.01 = 0.99이므로 원래 가격보다 1%가 작아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왜 10% 올렸다가 10% 내리든지, 아니면 내렸다가 올리든지 하면 원래의 가격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왜 1% 작아지는 것일까? 그것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 배우는 절대부등식 중의 하나인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관계 때문이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 즉, a=1-0.1, b=1+0.1로 두면 두 값의 합은 a+b=2이고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관계 ( )에서 두 수의 곱 ab는 두 수가 같을 때 최대가 되기 때문에 원래의 가격이 가장 크고, 위와 같이 두 번 바뀌면 그 결과는 항상 작아지는 신기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최수일/서울 용산고 교사 choi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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