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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6 19:58 수정 : 2006.08.07 13:40

아낌없이 주는 나무

초등학생인 마사오는 방학이 되어도 갈 곳이 없다.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멀리 돈 벌러 가버려 할머니와 둘이 사는 마사오는 방학이 즐겁지 않고 심심할 뿐이다.

엄마에게서 온 소포로 주소를 알게 된 마사오는, 엄마를 찾아 집을 나선다. 그 길에 동행을 하게 된 이웃집 아저씨는 마사오를 데려다 주라며 아내가 준 돈을 모두 경륜장에서 털려버리고, 결국은 무전여행으로 마사오의 어머니를 찾아간다. 그러나 마사오의 어머니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뒤다.

울며 돌아서는 마사오에게 아저씨는 그 동네 청년들에게서 빼앗은 천상의 종을 준다. 그 종을 흔들면 천사가 나타나 소원들 들어준다는 아저씨의 말에 마사오는 자꾸 천사의 종을 흔든다. 돌아오는 길, 아저씨는 동네 청년들과 함께 마사오를 위해 온갖 재미있는 사건과 놀이를 꾸며준다. 아저씨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데, 이미 오래 전 아저씨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버린 적이 있었다. 아저씨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사오를 보며, ‘너도 나와 같은 처지로구나.’하는 말을 중얼거린다.

다시 마을로 돌아온 두 사람은 각자의 집으로 간다. 헤어지는 순간, 마사오는 그제야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는다. 아저씨는 멋쩍은 듯 대답한다. “기쿠지로다.” 마사오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팔짝팔짝 뛰어 집으로 달려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가 마사오와 기쿠지로라는 두 사람 사이의 따뜻한 교감으로 그려지는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방학 직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때로는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여행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여행이 끝나자 영화도 끝났다. 그런데 여행을 시작할 때의 마사오와 기쿠지로는 여행이 끝난 뒤의 그 사람들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변화하고 발전한 새 인간이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방학은 여행과 같은 시간이다. 방학 전의 그 천방지축이었던 아이들이, 개학 후에는 제법 의젓해지고, 생각도 많아지곤 한다. 방학이 아이들을 성장하게 하고, 방학이 아이들을 깊어지게 한다. 마치 어머니를 찾아 긴 여행을 했던 마사오와 기쿠지로처럼, 아이들은 어떤 경험과 생활로 또 다른 성장을 이루어냈을까? 방학이라는 오랜 여행을 끝내고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온 아이들의 성장을 가슴 설레게 기다리는 것은, 이제 방학이 거의 끝나가기 때문일 테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 때문이리라.

최성수/서울 경동고 교사 borisog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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