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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6 19:59 수정 : 2006.08.07 08:31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10대 여학생들이 6일 오후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마련한 영상치유 교육 ‘소녀, 영화를 만나다’에 참가해 자화상을 그린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7일까지 이어지는 이 교육은 청소년들이 속내를 영상에 털어놓으며 자신을 발견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기회를 주려는 프로그램이다. 남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보호관찰 받는 17명 영상교육 1박2일 캠프
“한때 실수…순진한 아이들 관심분야 찾는 계기됐으면”

한때 금지된 선을 ‘살짝’ 넘었던 10대 소녀들이 영화의 품에 ‘풍덩’ 빠졌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의정부 보호관찰소가 6, 7일 이틀 동안 여는 보호관찰 청소년 영상치유 교육 캠프 ‘소녀, 영화를 만나다’에서다.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 곳곳에서 17명의 소녀들은 버스를 타고 움직이며 갖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소녀들은 반바지에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었고, 여드름이 살짝 난 친구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느 10대 여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누군가를 때리거나 무엇인가를 훔친 벌로 보호관찰소 ‘아저씨’나 ‘언니’의 밀착된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들과 함께 온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보호관찰이라는 용어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기 쉽지만, 잠깐의 판단 실수를 저질렀을 뿐 누구보다 명랑하고 순진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친구를 때려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현선(가명·17)이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만드는 곳에 직접 와 보니 무척 신난다”며 웃었다.

이들은 이날 <호로비츠를 위하여>라는 영화를 함께 봤다. 말썽만 피우던 아이가 피아노 교사를 만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영화 감상을 진행한 황보성진 상명대 강사는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감춰진 재능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치료까진 아니더라도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라도 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녀들은 영화를 본 뒤 각기 한사람씩 “내 안에 ‘무엇’이 있다”는 틀에 맞춰 감상을 발표했다. 한때의 실수로 의기소침해 있던 소녀들은 영화를 보고는 무언가 단단히 느낀 듯했다.

이들은 7일엔 카메라 사용법을 익혀 영상편지도 만들어 볼 예정이다. 카메라에 자신의 속내를 한껏 풀어놓으며, 그동안 쌓인 고민과 설움, 분노 등을 날려보내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교육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사회공헌 활동으로 마련했다. 지난해엔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영상편지를 카메라에 담게 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장기수 할아버지들에게는 영화 세트장에서 칠순 잔치를 열어 드렸다. 양규식 영화진흥위 과장은 “작은 배려에도 크게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 사회공헌 활동을 더 늘리기로 하고 의정부 보호관찰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의정부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어린 소녀들이다 보니 영화도 좋아하고 연예에도 관심이 많다”며 “속 얘기도 많이 하며 관심 분야를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양주/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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