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0 16:16
수정 : 2006.08.21 09:48
사춘기의 예민한 촉수 건드리는 출러이는 물결,생명 ,사랑 ,우정
15살의 여름 , 출쩍 큰 키에 놀라다
1318 책세상
파도 타는 소년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우리들 가슴에 이 여름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나를 설레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파도 타는 소년>(문원)은 제목에서 묻어나 듯 읽는 이를 온통 파도와 서핑으로 출렁이게 한다. 이른 봄의 짙푸르고 거칠었던 동해바다와 너무도 애련하게 맘을 비집고 들어오는 제주의 바다, 하루에도 여러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서해의 바다가 하나씩 떠오르고 섞이면서 일상으로부터 또다른 탈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열다섯살 케빈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여름방학을 바닷가 근처 리즈 이모댁에서 보내게 된다. 사촌형 조엘과 그 친구들로부터 서프보드로 파도타기를 배운다. 그러던 중 거대한 파도를 만나 위기해 처하게 되는데, 버디라는 붉은 눈의 호주 사람이 구해준다. 파도의 심장(튜브)을 사진에 담아가며 벌이를 하는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신비로우면서도 낯선 경계의 대상이다. 버디와 가까워진 케빈은 파도의 흐름을 읽는 법과 파도타기를 배운다.
어느 날 바다에 쳐둔 그물이 망가지자 마을의 사냥꾼들이 버드를 의심하고 버드의 생활터전인 자동차를 망가뜨린다. 버드는 화가나 그물을 다 잘라놓고 사라진다. 케빈은 망가진 자동차 안에서 버드의 동생 다비드가 바다에 쳐놓은 그물에 걸려 죽었다는 빛바랜 신문기사를 발견한다. 케빈에게 버디는 더 이상 신비로운 낯선 존재가 아니다. 케빈은 그의 아픔과 외로움을 이해하며 비로소 온전히 그를 이해하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모터보트를 타다 위험에 처한 플로리아를 돌고래와 함께 구해주고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방학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온 케빈은 예전의 그가 아니다. 그의 가슴에는 파도의 심장이 숨을 쉬고 있으며, 그와 우정을 함께한 버디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돌고래, 그리고 가슴 설레게 하는 플로리아가 있다.
방학이 청소년들에게 남겨준 흔적은 무엇일까? 이 글을 읽고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보며 떠남의 의미와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듯하다. 그러나 굳이 떠나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나 스스로를 바라보듯 대하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어느 하나 이유가 없는 것이 없고 소중하지 것이 없다. 이 여름, 학교와 교과서와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로부터 청소년들이 온전히 떠나있었기를 빈다. 가슴에 재잘거리며 다가오는 파도 하나, 해질녘 고적한 선을 그리며 나는 새 한 마리, 계곡을 굴러 내려오는 가녀린 물소리 등 감동의 어느 한 자락이라도 이 여름 가슴 속에 묻고 오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그들의 건강하고 기름진 맑은 눈빛과 또다시 시작하고 싶다.
전미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태릉중학교 교사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