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20 16:22 수정 : 2006.08.21 09:49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베넹에서 태어나 굶기를 밥먹듯 하던 아미나타는 좋은 직장을 소개해준다는 꾐에 빠져 가봉의 수도 리브리빌로 왔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아미나타는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2km나 떨어진 우물까지 걸어가서 주인집 식구들이 세수를 할 물을 길러 온다. 그리곤 아침을 짓는다. 식구들이 밥을 먹는 동안 아미나타는 주인 집 애들의 학교 가방을 챙기고 옷을 다린다. 식구들이 남긴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설거지를 한다. 또 다시 2km를 걸어 가서 빨래를 한다. 여기서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작은 플라스틱 병에 물을 담아 10km나 떨어진 리브리빌로 가서 물을 판다. 정해진 벌이를 채우지 못하면 저녁에 몽둥이나 채찍으로 맞는다.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난 알스하드는 4살 때 아랍에미리트로 잡혀갔다. 알스하드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밥도 먹지 못한 채 훈련장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키가 4m 가까이나 되는 낙타를 모는 훈련을 한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전통적으로 낙타경주를 즐겼는데, 덩치가 작은 아이들을 데려와 시켰다. 알스하드는 거의 굶다시피 하며 혹사당해 지금 9살인데도 키도 거의 크지 않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의 어린 시절은 온통 매를 맞고 굶은 기억으로만 채워져 있다.

지구 밖 다른 행성 이야기 같다. 아니면 꾸며낸 소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단돈 10만원에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고, 유괴·납치돼 외국으로 팔려가 강제노동과 성매매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억4600만명의 16세 이하 어린이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있고, 이 아이들 중 840만명이 현대판 노예로써 생활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지구촌 554개국에서는 어린들이 강제로 붙잡혀 소년병이 되고 어른들의 싸움터에서 총알받이기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단지 하루 한끼라도 배불리 먹어보는 게 절절한 소원이다. 모두 어른들의 욕심 탓이다. 유엔에서는 15세 이하 어린이들이 불법으로 팔리고 착취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법을 만들고, 세계 여러 나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실의 어른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에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권리는 물론이고 단 하루의 안정적인 삶조차 누리지 못하는 비극적인 어린이들의 얘기 8편이 담겨 있다. 하루 1달러도 안되는 돈에 온 식구의 생계가 달려 있어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아이, 집안의 빚 때문에 나이 많은 아저씨와 결혼해야 하는 소녀, 온종일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만 굶어죽지 않는 아이, 비를 피할 지붕조차 가지지 못한 아이의 얘기가 가슴을 도려내듯 아프게 다가온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자기 것만 챙기는 습성에 젖어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제3세계 아이들의 모습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나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아이들을 돌아봄으로써 풍요롭게 자란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진정한 지구촌 시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읽는 부모들은 ‘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되고, 나쁜 일과 짐이 되는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하며, 해로운 사회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우리나라 어린이헌장 아홉번째 항목을 되새겨보면 좋겠다. 조정연 지음. 국민출판/9천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