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어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지소영(26) 교사가 학생들에게 물건을 살 때 쓸 수 있는 대화들을 가르치고 있다.
|
온·오프 동아리 활동 특기적성 쑥쑥
제주 동화초교 동아리 e러닝 현장
지난 7월1일 제주시 화북1동 동화초등학교 동아리실. ‘e-NIE(컴퓨터를 이용한 신문활용교육) 동아리’ 학생들이 ‘제주’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었다. 느낌표 모둠은 한라봉과 감귤 초콜릿 등 제주 특산물을 홍보하는 텔레비전 광고작품을 만들었다. 모둠원들이 한라봉업체 사장, 농민, 소비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연기를 한 것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보여줬다.
키위 모둠은 파워포인트로 ‘제주어 한마당’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안녕하시우꽝, 반갑수당, 쉬영갑서예(쉬어 가세요), 도새기(새끼 돼지), 강생이(강아지), 몽생이(망아지), 생이(새) 등 독특한 제주말을 인사, 동물 등 주제별로 나눠 조사했다. 발표를 한 부재식(12·6학년)군은 “제주어만큼 제주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며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제주의 축제, 제주를 빛낸 인물 등 제주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김은주(33) 교사는 “한달반 동안 고생해서 만든 작품들을 보니 대견하다”고 했다.
모둠별 발표가 끝나자 학생들은 각 보고서를 동아리 웹신문에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제목을 뽑고, 사진을 앉히고, 올릴 글의 순서를 정했다. ‘제주도 추적 50분’ ‘제주에 대한 모든 것이 여기에’ ‘안보면 후회할 것’ 등의 자극적인 제목들이 눈길을 끌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홍기현(12·6학년)군은 “모둠별로 자료 찾아 홈페이지에 올리고 일주일에 1번 만나 회의하고 수정하는 등 고된 작업이었지만 다 해놓고 보니 너무도 뿌듯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동화초등학교는 여느 초등학교와 달리 동아리가 많다. 무려 31개 동아리가 만들어져 활동을 하고 있다. 발명탐구, 그림감상, 영어, 중국어, 음악사랑, 단소, 풍물, 배드민턴, 문예, 도예, 수학사랑, 독서, 설화, 소묘, e-NIE, 영상, 사진, 요가, 수예, 육상, 축구, 수화, 댄스, 마술, 종이공예, 만화창작, 컴퓨터, 역사기행, 영화감상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
‘e-NIE 동아리’ 학생들이 팀별로 모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
각 동아리는 학교 홈페이지(donghwa-j.es.kr/club1.htm)에 자기 방을 가지고 있다. 모둠별로 나눠 프로젝트 주제를 정한 뒤 역할분담을 통해 자료를 찾고 회의를 하고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이를 위해 동아리마다 회의실과 게시판이 사이버상에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각 동아리방을 통해 수시로 의견 교환과 동아리 관련 학습을 진행하고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실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 학교 동아리들은 단순한 취미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는 데 적지 않은 구실을 한다. 김희정 교사는 “교과 시간에는 가르치지 않지만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했다. 실제로 얼마전 조사 결과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만족도는 91%를 넘었다. 45%의 학생이 매일같이 온라인 동아리방에 접속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비싼 돈을 주고 학원에서 배우지 않아도 동아리에서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중국어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홍기정(12·6학년)양는 “일주일에 한번씩 선생님과 중국어 수업을 하고, 동아리 학습방에 올라온 자료들을 보고 집에서 1시간 정도 공부했더니 이제는 중국어에 자신이 붙었다”고 했다. 실효성있는 과외교육이 거저 이뤄지는 셈이다.
동화초등학교 온-오프라인 연계 동아리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또 있다. 바로 여러 전문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인사를 동아리 보조교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중국어동아리에는 인근 중국어학원 김행철 원장이, 그림감상 동아리에는 좌혜진 제주아동미술연구회 강사가, 영상동아리에는 한국방송 김영민 피디가 직접 동아리 수업에 참여해 지도교사와 함께 아이들을 이끈다. 이들 지역자원인사들은 동아리 온라인방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서도 바로바로 답변을 올려준다. 전직 교사, 화가, 공예가, 시민단체 활동가, 학부모 등 현재 42명의 지역자원인사들이 동화초등학교 동아리 보조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동아리를 체험해 보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늘자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동아리 교류의 날로 정해놓고 있다. 또한 동아리 열린 발표회, 동아리 온라인 종합 발표회, e탐구대회 등의 행사를 마련해 동아리 활동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노력도 하고 있다. 또 동아리마다 쏟아내는 활동결과물이 많아지자 중앙 복도를 전시실로 바꾸어 학생들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부모들의 인식이 바뀐 것도 학교와 학생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만 해도 학교 끝나면 학원을 서너개씩 보내야만 마음이 놓이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동아리활동에 상당한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부모들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아이들의 활동을 보고 모니터 활동을 하거나, 직접 학교를 방문해 동아리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학교쪽은 밝혔다.
물론 동화초등학교 온-오프라인 연계 동아리활동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교사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김정련 연구기획부장은 “동아리 지도교사를 맡으면 보통 집에서 2~3시간은 별도로 준비를 해야 한다”며 “교과수업 부담을 줄여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도록 하는 유인책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교가 거의 없어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 김 부장은 “교육당국에선 방과후활동이니 자기주도적 학습이니 하며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과외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동기획: <한겨레>,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협찬: KT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