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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공부의 진정한 가치가 뭘까? |
찌는 듯한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이다.
이런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변함없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온갖 유혹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기 나름의 목표에 정진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고도 대견스럽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질풍노도의 호기심과 충동을 잠재우게 하며 젊은 에너지를 한곳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마하트마 간디는 "뭔가에 진지한 자세로 몰입 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진리 탐구의 시작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아이들이 일제히 몰입하여 추구하는 학문의 최종적인 목표는 어디에 있는 걸까? 염려컨대 자신만의 이익추구나 일신의 영달을 위한 1차 적인 목적에 몰입해 있다면 그것은, 맹목적인 정진이요 근본 없는 소모일 뿐이다.
오로지, 좋은 대학 진학만을 학문의 목적에 둔다면 ,그것은 지극히 단세포적이고, 눈앞의 이분법적인 이익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사고일 것이다.
주희는,「석자 중에게 보내는 답장 중」에서 “인간이 학문을 하는 까닭은 나의 마음이 성인의 마음만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아직 성인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치를 밝히는 것이 아직 분명하지 못하고, 법칙으로 삼는 것이 없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따라가며, 능력이 높은 자는 지나치고 능력이 낮은 자는 미치지 못하는데도 자기의 지나침과 모자람을 스스로 알지 못한다.”고 하므로 인간은 학문을 통하여서만이 성인의 마음에 근접해 갈 수 있다고 했다.
또, 프란시스 베이컨은,"학문을 하는 것은 즐거움과 장식(裝飾)과 능력을 위해 도움이 된다. 즐거움을 위한 효용은 혼자 한가하게 있을 때 나타난다. 장식으로서의 효용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나타나고 능력을 위한 효용은 사물을 판단하고 처리할 때 나타난다. 학문에 지나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나태다. 그것을 지나치게 장식용으로 쓰는 것은 허세다. 하나에서 열까지 학문의 법칙으로 판단하는 것은 학자의 버릇이다. 학문은 천성을 완성하고, 경험에 의하여 학문 그 자체가 완성된다. 학문이 경험에 의하여 한정되지 않으면, 학문은 너무나 막연한 지시를 주는 데 지나지 않는다. 실제적인 사람은 학문을 경멸하고, 단순한 사람은 학문을 숭배하며, 현명한 사람은 학문을 이용한다. 왜냐하면 학문은 그 자신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학문 바깥에 있는, 학문을 초월한 관찰로써 얻어지는 지혜이다. 학문이 경험에 의하여 한정되지 않으면 학문은 너무나 막연한 지시를 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라고 했으며,
공부가 암기위주의 단순한 지식전달의 수단이지 말아야할 이유를 막스베브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우리들은 학문이 없는 미개인에 비해 자신의 생활조건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가령 전차에 탔을 때 우리는 전문적인 물리학자라면 몰라도 나머지 대부분은 그것이 움직이는 이치를 잘 모른다. 그에 비해 미개인은 그 날 그 날의 식량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 어떤 옛 가르침이 유용한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학문을 한다는 것이 반듯이 그만큼 자신의 생활조건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배워서 알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나의 생활에는 어떤 신비롭고 예측할 수 없는 힘이 작용할 이치가 없다는 것, 오히려 모든 것은 원칙적으로 예측에 의해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학문은 모든 형태의 주술로부터 해방시킨다. 기술과 예측이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학문을 하는 이유이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유익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공부하는 가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이 진정한 학문의 본질을 인식하고, 공부의 참 맛을 느끼면서 이 무더위를 이겨나가기 바란다. 학문을 통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세상을 보는 눈이 유연하고 긍정적이길, 그러므로 남을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나약한 자신을 이겨내기 위한 것, 그것이 공부의 목적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공주대부설고등학교 교사 영문학박사)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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