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24 19:51 수정 : 2006.08.24 19:51

강남 SAT 전문학원 유학생 강사에 들어보니…

미국 명문 대학에 다니는 강진수(가명)씨는 3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한국에서 알바(아르바이트)를 해 학비와 용돈을 번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에스에이티(SAT) 전문학원에서 ‘특강’ 강사로 일한다. 가르치는 학생들은 주로 미국 고교를 다니다 방학 동안 에스에이티 전문학원에 다니려고 한국에 온 아이들이다. 더러는 미국 고교 내신관리를 하려고 과외를 받거나,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한국 고교생들도 있다.

강씨는 외국어고 학생들만 따로 모아 ‘외고 유학생반’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수업은 일 대 일 개인 교습으로 전부 영어로 이뤄진다. 한 학생이 한 시간에 8만원씩 하는 수업을 하루 4시간씩 들으니까 한 달이면 수강료가 800만원이다. 강씨는 “부모들이 대부분 교수·의사·변호사 등 전문직들이라고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묻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는 학생 11명을 맡아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데, 과목별로 외국 대학 재학생 15~20명이 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이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점심도 거르고 밤 10시까지 꼬박 12시간 강의 시간표를 짰지만 밀려드는 학생들을 감당하기 어렵다. 강씨는 이번 방학 때 미국에서 수소문해 ‘알바’를 할 미국 대학 재학생을 구해서 함께 귀국했다. 그는 “방학 기간만 투자하면 1천만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고 전했다.

조기유학을 떠나 미국 고교에 다니거나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겨냥한 에스에이티 전문학원이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에스에이티 학원들은 어학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하루 45분 수업을 기준으로 한 달에 15만원 이상 받을 수 없지만, 기준액을 지키는 학원은 찾아볼 수 없다. 강남의 ㅍ, ㅅ학원 등 에스에이티 전문으로 알려진 학원 대부분은 주중반과 주말반으로 나눠 4~10명씩 소수반을 운영한다. 일주일에 2시간 정도 수업을 하면 한 달 수강료가 50만~100만원에 이른다.

국내 대학 국제학부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국제학부 준비 전문학원’이 필수 과정으로 인식돼 학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대학 국제학부 합격생 대부분이 특정 학원 출신이다. 지난 22일 연세대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자, 서울 강남과 분당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ㅅ학원은 언더우드 국제학부 합격생 85명 가운데 62명을 배출했다며 학원 홈페이지에 합격생 명단을 공개했다. 물론 한 달이라도 학원에서 수강한 학생들을 모두 포함한 숫자지만, 2004학년도부터 이화여대·고려대 등 국제학부 합격생 상당수가 이 학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학원은 국내 고교 재학생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중국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유치해 국내 대학 국제학부 진학 지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많은 캐나다 벤쿠버 근교에서 이 학원이 연 ‘한국 대학 국제학부 설명회’에는 학부모 200여명이 몰렸다. 캐나다 고교 재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캐나다 대학 공부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한국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한다”며 “ㅅ학원 쪽과 상담을 했더니 진학 컨설팅 비용이 1년에 500만원이라고 해서 좀 놀랐다”고 말했다.

모종린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 학장은 “올해 전형부터 학교에서 지도하기 힘는 영어 에세이 시험을 없애고 서류 전형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실제로 학원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경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